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이 만 2년을 맞으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해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7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대신 대량해고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 게다가 이미 상당수 업체는 계약 기간을 조정하거나 도급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시기를 4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이달 내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여야 대립으로 6월 임시국회 개원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미봉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불안에 떠는 비정규직=대구도시철도공사는 다음달부터 구내식당을 2년간 외부 급식업체에 위탁 경영하기로 결정했다. 도시철도 본사와 월배·안심·문양기지 등에 마련된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원은 모두 14명. 대부분 10년 이상 일해오면서 계약을 매년 자동 연장해왔다. 도시철도공사는 고용승계를 입찰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계약직 신분인 조리원들의 불안감은 크다. 13년간 조리원으로 일한 A씨는 "위탁업체 소속이 되면 계약 기간이 3개월이 될지, 6개월이 될지 알 수 없다"며 "비정규직법 시행 여파로 고용 불안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대구 지역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24만8천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4만명은 다음달부터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2년 이상 근무한 대학의 시간강사들도 정규 교원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2007년 7월 1일 이후 임용된 대학 시간강사 중 박사 학위 미소지자는 다음달 이후에는 2년이 지나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들 상당수가 재정 형편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대거 해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대학들이 계약 기간을 '3~8월, 9~12월'로 나누거나 아예 한 학기 강의를 주지 않는 방법을 쓸 것으로 보인다. 조덕연 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은 "대부분 시간강사는 6개월 단위로 강의를 하는데, 강의를 중단시키면 연속성이 끊어져 정규교원 전환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대량해고는 이미 진행형=노동계는 비정규직의 대량해고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견 제조업체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도급계약을 맺고 인력을 충원하거나 3개월·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 성서공단에 입주한 모 전자부품 업체의 경우 아예 도급업체를 직접 세운 뒤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도급계약이 만료되면 해고한 뒤 새로 인력을 채우는 식이다. 이 업체의 경우 1층에 도급업체가 4곳이나 입주한 상태다.
또 다른 자동차부품업체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를 3개월·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중간에 휴직 기간을 주거나 아예 인력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서공단노조 김희정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불경기가 절정에 달할 때 제조업체 상당수가 이미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부분 해고했다"며 "업체들은 숙련공이 필요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해고에 따른 기술 공백을 피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 박희은 비정규직국장은 "비정규직 일자리는 그대로 두면서 용역이나 도급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만 자르는 형국이 된다"며 "고용이 불안한 저임금 일자리를 확산하는 비정규직법을 폐기하지 않으면 대량 해고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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