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聖者(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엄격한 금욕주의자였다. 그러나 금욕 뒤에 숨겨진 모습은 우리를 당혹게 한다. 그는 젊은 처녀와 함께 발거벗고 자는 해괴한 습관이 있었다. 그가 스스로 밝힌 사실이다. 그는 이를 '브라차마리아'라는 자신의 淨化(정화) 서약을 시험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매력적인 젊은 여성과 한 침대에서 밤을 보내면서 어떤 성적인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에서도 자신의 서약을 지켰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가치기준을 남에게 강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결혼한 부부는 일생 동안 성행위를 세 번 또는 네 번만 해야 한다며 이보다 많은 성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젊었을 때 亂交(난교)에 가까울 만큼 많은 성행위를 한 자신의 잘못(?)을 남들이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도덕기준을 가족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했다. 영국 생활 중 그의 아내는 폐렴으로 사망했다.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어긋난다며 항생제 투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정작 자신이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는 치료약인 퀴닌을 복용했다.('간디 평전' 제프리 애쉬)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덕성을 내세워 집권했고 이를 무기로 반대자들을 공격했다. 기득권층의 부도덕과 부패상에 넌더리를 내고 있던 유권자들은 이에 열광했다. 노무현의 비극은 여기서 출발했다. 도덕성은 인격 내면으로 體化(체화)해야 할 공동의 가치이지 남을 치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도덕성을 무기로 휘두르는 것은 나만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교만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적 우월성을 지키기 위한 자기감시나 채찍질은 없었다. 겉으로는 도덕성을 말하면서 커튼 뒤에서는 그 主流(주류)들과 똑같은 도덕적 파탄의 길로 가고 있었다. 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의 도덕성은 이런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노무현적 가치'를 계승하자는 움직임이 정치투쟁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가치는 실천되었을 때 실체를 갖는다. 도덕성으로 대표되는 노무현의 가치는 실천되지 못했다. 무엇을 계승하겠다는 것인가. 계승이란 미명 하의 분열과 증오의 재생산은 고인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 남긴 말에서 "아무도 원망하지 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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