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생활속의 보훈 문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어느 국가나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충절을 기리는 기념일은 있다. 모습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기념행사를 갖는다.

제(祭)를 올리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퍼레이드를 벌이거나 가슴에 꽃을 다는 나라도 있다. 모습과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정신만은 같다. 우리는 '현충일'이라 부르지만 미국은 '메모리얼데이'라고 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리멤브런스데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안작데이'라고 부른다.

2차 대전의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에서도 전쟁 희생자 추모일과 전몰자 추도식이란 이름으로 기념 의식을 갖는다. 국가를 위한 희생정신을 받들고 언제까지나 기억한다는 뜻일 것이다.

올해 미국에선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국립묘지에서 500여명의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14만8천명의 참전용사 이름을 10일 동안 쉬지 않고 부르는 것이다. 언뜻 보면 무모해 보이는 행사 같지만 국립묘지 측의 참전용사의 이름을 불러주자는 제안에 따라 주민들이 동참해 여는 행사다.

10일 동안 망자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을 영원히 잊지 말자는 것이다. 유족은 물론 주민들도 참전용사의 이름을 듣기 위하여 밤을 새워 가면서 기다린다고 하니 그들의 마음가짐이 우러러 보인다.

6일 현충일에 6'25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왜관 전적기념관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6'25전쟁 호국로 걷기 체험행사다. 전쟁의 참상을 모르는 전후 세대들과 함께 격전지를 직접 걸음으로써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하고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호국의 의미도 새기고 건강도 다지는 일석이조의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호국로 걷기는 6'25전쟁 당시 최후 보루였던 낙동강 전투를 기념해 건립한 왜관지구 전적기념관에서 시작해 38km와 15km의 두 개 코스에서 진행되었다. 코스는 자기 능력에 따라 선택했다.

6.25전쟁 당시 15번이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328고지를 비롯해 주요 격전지를 걸어보는 코스다. 마침 현충일인 6월 6일은 음력 5월 14일로 보름달이 대낮같이 밝았다. 이날 오후 6시에 출발해 밤새도록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맑은 달빛 아래를 걸음으로써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호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걸으면서 느낀 가족사랑은 덤이었다.

이번 6'25전쟁 호국로 걷기 체험행사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전쟁의 참상을 모르는 전후 세대들에게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뿌리가 어디이며 자유와 평화를 얻고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호국용사들이 뜨거운 피를 흘렸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동시에 그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6'25전쟁 호국로 걷기 체험행사를 계기로 1년 12개월 모두가 호국보훈의 달이 되고 계속 이어져 지역 단위 행사가 아닌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는 전 세계인의 행사로 발전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것이 생활 속의 보훈 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일 것이다.

배상도(칠곡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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