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오늘, 뉴욕에서 한 러시아 망명자가 죽었다. 1917년 10월 혁명 직전 과도정부 수반을 지낸 알렉산더 케렌스키(Alexander Kerensky)였다. 향년 89세. 러시아혁명사에서 우유부단과 무능, 부르주아 이미지로 각인된 바로 그 인물이다. 실제로 그랬을까.
레닌과 동향(심비르스크)이었다. 아버지는 레닌의 중학교 은사였고 두 집안은 친했지만 역사는 두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20대 초반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얻은 그는 1917년 2월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지자 과도정부 법무장관으로 입각해 그해 7월 수반이 됐다. 원래 멘셰비키(마르크스주의 소수파)였지만 자유주의자에 가까웠다. 전쟁의 와중에 사형제 폐지, 군장교 처벌 등 개혁을 추진했지만 허사였다. '평화, 토지, 빵'을 앞세운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다수파)의 무력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망명 후에는 극좌파, 우파 모두를 싫어해 강의에 전념했다.
50여년을 浮漂(부표)처럼 떠돌았지만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었다. 미국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정치적인 이유로 거부해 할 수 없이 멀리 런던에 묻혔다. 내편, 네편 가르는 세상에 '회색인간'이 머무를 땅은 그 어디에 있을까.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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