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한국에도 명예의 전당이 세워지길

쿠퍼스 타운은 미국 뉴욕주 북부의 작은 도시로 야구 발상지로 알려져 명예의 전당이 세워졌다. 1839년 애브너 더블데이라는 사람이 최초의 야구장을 이곳에 만들었다는 설이 나돌면서 건립되었지만 후에 그는 남북전쟁 당시 북부군의 장군으로 야구와는 무관한 인물로 밝혀졌다.

1930년대 중반에 쿠퍼스 타운의 재력가가 사업가적인 수완을 발휘해 관광객 유치를 통한 수입 증대를 겨냥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재산의 일부를 쾌척했다. 여기에 당시 내셔널리그 회장이었던 포드 프릭(후에 메이져리그 3대 커미셔너가 됨)이 내셔날리그 창립 60주년 기념사업으로 기념관 건립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붉은 벽돌의 야구박물관과 그 뒤의 야구장을 건립함으로써 1936년 명예의 전당이 탄생하게 됐다. 그리고 최초로 뽑힌 선수가 한 시대를 풍미한 베이브 루스와 타이 캅등 다섯 명의 선수였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인물은 야구 기자들이 뽑는다. 미국야구기자협회에 가입한 회원 중 10년 이상 취재 활동을 한 야구 기자들이 매년 한차례 열리는 투표에 참가해 최대 10명까지 후보를 적는다(한 명을 적어도 된다). 투표인단 수는 매년 유동적이지만 500명이 넘고 전체 투표 수의 75%를 득표하면 헌액된다.

대상은 은퇴 후 5년에서 20년 사이의 선수로 제한되는데 은퇴 후 20년이 넘는 선수는 다시 원로위원회로 넘겨져 재심의을 통해 피선될 수도 있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야구 발전을 위해 공헌한 심판이나 감독 및 커미셔너 등 야구 관계자도 후보가 될 수 있다.

후보 선정의 기준은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 투표권자 마음대로다. 대부분 현역 시절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기 포지션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활약했거나 워낙 뚜렷한 업적을 남겨 그 이름을 제외하고는 야구사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투수로는 300승, 타자로는 500홈런이나 3천 안타 등의 기준도 쉽사리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월드시리즈의 퍼펙트 경기나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 등은 놀라운 기록이지만 반짝 두각을 나타낸 경우이므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명예의 전당에 들 영광을 얻기 위해서는 야구 인생 전반을 심판받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의 뛰어난 활약과 수상 경력, 갖가지 사회 봉사 등을 통해 그야말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불세출의 영웅만이 비석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늘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인 것이다.

일본프로야구도 40년이 지나 도쿄돔 인근에 야구박물관과 함께 명예의 전당을 세웠다. 명예의 전당은 단순히 업적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명소가 아니다. 시대를 빛낸 역사와 전통이 간직된 곳이며 존경과 갈채의 결정체이다. 한국프로야구가 발족한지 28년째. 머지않아 이땅에도 명예의 전당이 세워질 것이다. 비록 메이저리그처럼 각광받는 환경은 아닐지라도 진정한 명예와 권위로 사랑을 받는 전당이 이 땅에 세워지는 것은 모든 선수들과 야구 관계자의 몫이다. 야구해설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