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버스조합의 부도덕성이 도를 넘고 있다. 버스조합이 ㈜카드넷의 가처분 신청건의 당사자이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해 대구시의 신교통카드사업을 가로막은 데 이어 임단협 과정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비난을 사고 있다. 버스업자들이 시민의 세금으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준공영제에 한해 수백억원의 혈세를 쏟아 붓지만 시내버스 준공영제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근본 이유다.
◆버스조합은 밥그릇 타령만…
대구버스조합이 버스 근로자 측과 임금협상 테이블에서도 '나 몰라라'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9일 사측인 버스조합과 버스 근로자들 사이에서 임금 협상이 결렬돼 대구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했다. 당초 근로자 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 8.3%와 대구시가 내세운 -1% 인상률 사이에서 8차 협상 끝에 각자 5%, 0%로 최종안을 내놓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서야 할 버스조합이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근로자와 대구시의 중재역할을 전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지원금을 이유로 버스조합에 '한푼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버스조합은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버스업체들의 재정 적자를 시가 보조해 주기 때문이다.
자칫 보름간의 조정기간을 넘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버스 파업을 두려워한 대구시가 결국 두 손을 들게 돼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 측은 "파업이 강행되면 시민들의 발이 꽁꽁 묶여 큰 불편을 감수해야 되지만 사측인 버스조합이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에선 근로자 측과 대립각을 세워야 할 버스조합이 오히려 임금협상에서 근로자 측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임단협은 버스조합이 한푼이라도 덜 주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카드넷 가처분 신청 때처럼 대구시만 속을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들 나누는데…
"요즘 버스기사보다 안정적인 직업이 어디 어딨습니까?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10일 만난 대구시 한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2006년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부터 버스 운전기사의 인기도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년까지 보장되고 급여도 남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6년차(남성기준) 버스 운전사는 주 40시간 근무를 하고 한 달(22일+이틀) 만기를 채우면 280만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치면 3천300만원. 1인당 4대 보험, 복지비까지 합해 운전기사 한 명당 4천200만원이 들어가는데 이 중 상당액은 대구시 재정지원금이다.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9급 공무원 6년차 연봉이 각종 수당까지 합쳐 2천600만원 정도인데 이에 비하면 적지않은 액수다.
대구시는 버스노조가 이것으로도 모자라 매년 5%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근로자 임금을 5% 인상하면 한 해 160억원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버스조합과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너무나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시도 올해는 더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대구시는 "파업이 감행될 경우 대구시에서 가동이 가능한 관광버스 2천여대를 도입해 현재 간선, 지선, 급행, 오지 노선 등 106개 노선에 전면투입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절대 재정자원금이 더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저효율 성적표 '전국 꼴찌'
대구시, 버스조합, 버스 근로자 등 준공영제의 세 축이 엇박자를 내면서 결국 대구 버스준공영제는 전국 최저효율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대구시는 올해 준공영제에 재정지원금 880억원(추정치)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지난달까지 반 이상(470여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대로 간다면 올 한 해 재정지원금은 1천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준공영제 도입 이전인 2005년 126억원보다 무려 8배나 늘어난 것이다.
준공영제가 시 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대중교통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버스업계 구조조정이나 노선 합리화 등 고질병을 고치지 못한 채 준공영제를 성급하게 도입했기 때문.
대구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버스 노선 합리화, 업계 구조조정 등 버스업계의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준공영제를 시작했기 때문에 '돈만 먹는 하마'가 됐다"며 "시민 편의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장기적으로 버스 이용률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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