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의 젊은 10급 공무원이 시장에 당선될 확률은? 게다가 잘 생긴 총각 부시장과 사랑에 빠질 확률은? 과연 그 확률이 우리 정치 현실에서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SBS 수목드라마 '시티홀'은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풍자, 비판하며 시청자들로부터 박수받고 있는 드라마다.
'시티홀'은 가상의 한 지방도시인 인주시를 배경으로 10급 공무원인 신미래(김선아 분)가 우여곡절 끝에 시장에 당선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무관심한 분야 중 하나인 정치를 소재로 삼은 이 드라마는 애초에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밝고 명랑한 소시민인 신미래가 여러 가지 역경을 딛고 시장에 당선되는 것,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신미래가 정치현실을 변화시킨다는 설정도 착하기만 하다. 오히려 너무 착해서 재미가 없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연기자들의 연기가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김선아는 오랜만에 '삼순이'의 그늘에서 벗어나 '신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김선아는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어울리는 연기로 화면을 수놓는다. 차승원 역시 '못생긴 척' 하는 코믹 역할들이 아닌, 모처럼 '간지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신미래를 이용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차가운 머리 이면에 사랑을 간직한 가슴 따뜻한 남자다. 코믹 연기 전공인 이 두 배우는 시청자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며 흡인력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시티홀'의 조연들도 다들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연들의 이름은 캐릭터를 한눈에 짐작할 수 있어 웃음을 선사한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전직 인주시장 고부실, 인주시의회 시의원 민주화는 풍자가 돋보이는 이름이다. 인주시의회 의장 강태공은 이름답게 강태공처럼 조용히 낚시를 즐길 듯한 인상으로 등장해 가끔씩 주인공에게 정치에 관한 의미심장한 말들을 던진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조국, 신미래의 친구이자 인주시 공무원인 정부미도 저마다 캐릭터를 강하게 보여주는 이름이다. 자칫 캐릭터가 단면적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그래도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은 요즘, 조금이라도 난이도가 있는 정치 용어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그래서 드라마는 '절대농지', '시장재량 사업비', '조례안' 등의 용어를 따로 풀어 자막으로 설명하는 친절을 베푼다.
신미래가 인주시장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선거판은 흑색 선전과 비방, 현실 불가능한 공약 등이 내세워지면서 막판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각 정당은 신미래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이런 선거 과정들은 현실 정치를 풍자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신미래의 당선에 '통쾌하다'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신미래는 드라마에서 정치에 대한 생각을 커피, 연애에 빗대어 신선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거리유세에 나선 신미래는 "커피와 정치는 한번 중독되면 끊기 어렵고, 거품이 많을수록 커피 양은 적다"며 "다수가 좋아하는 커피가 꼭 좋은 커피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공개 TV토론에서도 신미래는 "연애처럼 정치도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지만 난 여러분들과 밀고 당기지 않겠다"며 "전 절대로 여러분을 안 차겠다"고 해, 극 중 방청자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런 인간적인 정치인에 대해 시청자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기도 한다.
'시티홀'이 비록 정치드라마는 아닐지라도 우리 정치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회의를 느끼는 국민들에게 정치의 정도(正道)를 보여주는 진정한 착한 드라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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