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의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라는 책을 읽었다. 막스 베버는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이면서 현대 문화과학과 사회과학의 토대를 다진 거장이다. 그는 문화과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에게 영원한 화두이다. 이 책은 막스 베버가 구축한 거대한 지적 세계가 아니라 지식인으로서, 대학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베버가 어떻게 사유했고 행위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막스 베버는 1864년 독일 시민계층 부모에게서 태어난다. 베버의 부친은 법률가이자 행정가로 권력과 명예를 좇고 쾌락을 추구하고 세상과 타협하는 전형적이고 세속적인 인물이었다. 반면 그의 어머니는 금욕적이고 경건한 칼뱅주의 신앙의 소유자로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으며 사회봉사에 헌신했다. 베버는 이런 어머니 쪽으로부터 정신적 지적 세계가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받았다.
막스 베버는 당시 독일 시민계층이 선호하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 철학, 역사학을 아울러 공부했다. 베버가 여러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대학의 전통 때문인데, 대학들 사이에는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을 다녔는가에 있지 않고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가에 있다. 누구든지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고 얼마든지 대학을 옮겨서 공부할 수 있다. 베버는 28세에 교수가 되어 1920년 이른 나이에 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베버의 아내 마리엔네 베버 역시 훌륭한 내조자였으며, 학문을 통해 남편과 지적 공동체를 이루었고 근대 여성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막스 베버가 활동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독일은 대격변기였다. 영국보다 뒤늦게 시작된 산업혁명은 영국과 달리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으며, 시민계층도 영국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국가주도의 산업화는 매우 효율적이고 빠르게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수많은 지방 국가와 자유도시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은 1871년 서구 국가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 곳곳은 봉건적이고 귀족적인 색채가 강하게 남아있었고, 지식인과 대학사회도 국가주의'권위주의'관료주의적인 독일제국의 지배체제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했다. 막스 베버는 독일의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전통적인 지적 유산에 집착하지 않고 근대 자본주의와 시민사회를 적합하게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통찰하였다.
베버는 대학과 학문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한 다양한 방향의 학자들이 공존하면서 연구 활동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대학과 학문은 사회주의자, 급진적인 신디칼리스트와 아나키스트도 필요로 한다. 대학은 정신의 공화국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는 것은 근대성의 원리이다. 나 또는 우리와 다른 개인이나 집단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소신에서 베버는 유대인 교수 임용을 반대하는 대학 측과 맞서 투쟁하였고, 자신과는 정치적 소신이 다르지만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교수를 옹호하기도 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이라는 강연과 함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논문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논문은 경제영역에서의 합리적인 직업정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으로서의 경제! 기업가와 자본가 및 은행가 등 경제인도 학자나 정치가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주어진 본분, 즉 자본주의적 경제활동에 헌신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경제인의 인격이다.
저자는 막스 베버를 통해 오늘날의 혼란한 우리나라 대학과 지식인사회에 대해 말한다. 패거리문화, 사학 비리, 비정규직 노동력의 착취,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대학사회, 폴리페서와 텔레페서, 혼란스러운 지식인의 자아상과 사회적 기능, 논문 및 저서의 표절과 조작, 학력 위조와 학위 조작, 지방 대학의 존폐 위기, 지식과 대학의 자본화 및 기업화, 기업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대학의 교육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식인으로서 학자로서 베버의 사유와 삶을 통해 이런 지식인사회에 말을 걸고 싶었던 것 같다. 부디 많은 이들이 그 말에 화답하여 토론이 벌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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