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갤러리는 재불 작가 이배(53)의 기획전(12~30일)을 연다. 청도 출신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0년부터 파리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배의 작품은 얼핏 이해하기 힘들다. 굵은 검은 선과 하얀 여백은 마치 서예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깊은 질감에 새삼 놀라게 된다. 캔버스 위에 흰색 아크릴 물감을 넓게 펴서 발라 반반한 표면을 만든 뒤 숯에서 추출한 검정 아크릴 물감으로 형태를 그려낸다. 다시 이 위에 아크릴 물감과 왁스를 혼합한 매재를 덧바른다. 두텁지만 투명한 매재는 은은한 광택 효과를 준다. 검정 형태를 마무리한 뒤 다시 수차례 덧바르기를 통해 매끈하고 은은한 질감을 더한다.
프랑스의 미술 평론가인 앙리 프랑소와 드바이외는 "검정색 뿐이라는 생각은 작품을 처음 대면할 때만 느끼는 것이다. 가까이 또는 멀리 떨어져서 관찰하거나 오래 두고 보면 이배가 이 검정을 복수형으로 채색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인간의 형태를 만들던 이배는 풍경에 다가섰고, 숯으로 이뤄진 형태를 통해 영토와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의 풍경은 더욱 추상화한다. 작가는 숯이라는 재질의 덧없음과 공간 속에 무심히 그려진 검은 선을 통해 모든 생명은 물질로부터 먼지로 이행함을 보여준다. 이배 작품전은 중국 베이징에서도 함께 열린다. 작가와 함께 하는 개막식은 12일 오후 5시30분. 053)427-7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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