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급통장을 지켜라" 은행권 수수료 면제 맞불

은행권에서 '수수료 세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 CMA계좌가 은행 통장 수준의 입출금·결제·이체 기능을 갖게되면서 은행들이 월급통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파격적 수준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수수료 안받아요"

기업은행은 늦은 밤에 기업은행 자동화기기(CD·ATM)를 못찾아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 현금을 찾더라도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는 시스템을 이르면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고금리 월급통장 주력상품인 '아이플랜'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대상이다.

종전까지는 영업시간 후 자행의 자동화기기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급여 이체 실적이 있어야 하며 월 평잔을 30만원 이상 유지해야 한다. 월 평균 4, 5건 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매월 6천원, 연간 7만2천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라고 기업은행은 설명했다.

타행 자동화기기 이용시 수수료는 건당 1천200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450원은 타행의 수입으로 잡힌다. 은행이 건당 750원의 수수료 이익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450원을 타행에 주면서까지 이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수십억원의 수익 감소는 물론, 비용까지 추가로 들어간다.

기업은행에 앞서 타행 ATM 수수료 면제 혜택은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에 먼저 도입됐다. 입소문을 타면서 가입자가 50만명으로까지 불었다. 수시입출금식이면서도 금리가 연 4.1%에 달해 CMA금리도 제쳤다.

완전면제는 아니지만 사실상 타행수수료를 거의 안내는 통장도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씨티원 통장'은 타행 ATM 기기를 이용할 경우 출금은 월 8회, 이체는 월 5회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한다. 단 월평균잔고를 90만원 이상 유지하거나, 월 1회 90만원 이상 입금할 경우'라는 조건이 붙는다.

지점이 많은 은행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ATM 이용 수수료를 포기하기 힘들기 때문에 금리 등의 혜택을 키우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증권거래도 가능한 'KB플러스타'를 선보이고 있는데 증권매수 증거금에 대해 출금 전날까지 4%의 높은 이자를 적용한다. 우리은행도 지주사 소속인 점을 활용, 고금리 스윙상품인 'AMA전자통장'에 복합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파격경쟁 왜 벌이나?

수수료 면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것이다. 이달부터 CMA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고, 조만간 공과금 자동이체도 가능해진다.

잔액을 많이 쌓아두지 않는 급여통장의 특성상 금리를 높여주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없어 입출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는 것이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은행은 CMA로 고객 한 사람을 뺏길 때마다 사실상 3, 4명이 이탈하는 타격을 받는다. 고객 1인당 평균 3.6개 상품을 '교차판매'하는 때문인데 월급통장을 뺏기면 이 교차판매 기능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사활을 걸고 나오는 이유다.

증시까지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은행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월급통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구은행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점망 및 자동화기기망이 있어 편리성에서 증권사 CMA나 시중은행을 압도하는 만큼 큰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이 점포 신설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달 대구 수성3가와 영진전문대에 2곳의 지점을 신설·개점하는 것을 비롯해 올해 6곳 안팎의 지점을 낼 예정이다. 자동화기기도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30개를 늘렸으며 연말까지 추가로 35개를 더 놓을 방침이다. 수수료 추가 조정 검토도 하는 한편 편리성에서 다른 금융회사를 압도하겠다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경쟁이 격화되면서 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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