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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타선의 힘' 강봉규·신명철 "예전의 내가 아니다"

▲ 잠자던 타격 재능을 일깨우며 삼성 타선을 이끌고 있는 신명철(왼쪽)과 강봉규. 삼성 라이온즈 제공
▲ 잠자던 타격 재능을 일깨우며 삼성 타선을 이끌고 있는 신명철(왼쪽)과 강봉규.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젠 타석에만 들어서면 기대가 된다. 상대 투수도 위기 때 이들이 나오면 난감해한다. 맹타를 휘둘러 코칭스태프가 자신들을 기용하도록 유혹(?)하다가도 이내 실망감을 안겼지만 올해는 꾸준함을 더했다. 삼성 라이온즈 타선을 이끌고 있는 강봉규(31)와 신명철(30)이 그들이다.

현재 강봉규는 삼성의 3번 타자, 신명철은 톱타자다. 8일까지 강봉규는 타율 0.331, 4홈런, 27타점을 기록했고 신명철은 0.316, 9홈런, 31타점을 올렸다. 시즌이 갓 1/3을 지났지만 강봉규의 27타점, 신명철의 9홈런은 각각 개인 통산 최다 기록. 올 시즌 초만 해도 백업 요원으로 분류됐기에 이같은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프로 10년차인 강봉규는 지난해까지 9시즌 통산 타율이 0.252에 그쳤다. 경남고, 고려대 시절 4번 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두산 베어스 입단 뒤에는 후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기량도 정체됐다. 마산고, 연세대를 거치며 최고 내야수로 각광받던 신명철은 더욱 초라했다. 지난 시즌까지 8시즌 동안 1할대 타율만 세 차례, 통산 타율은 0.231에 불과했다.

2006시즌 강봉규는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으나 주로 '좌완 투수 전용 타자'로 출장했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로부터 '영원한 1할 타자'라는 비아냥을 숱하게 들은 신명철은 이듬해 삼성으로 옮겨왔지만 2루 수비 외엔 기대할 것이 없어 보였다. 가수 아이비의 노래 '유혹의 소나타'를 테마송으로 쓴 데다 뜬금포로 기대를 갖게 하다가도 이내 실망감을 안겨 '유혹의 명철신'으로도 불렸다.

그랬던 그들이 올해 각성했다.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절박함, 변하기 위해 많은 땀을 쏟은 것이 둘의 성공 요인. 이미 서른줄에 접어든 나이. 달라지지 않으면 조용히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강봉규는 "백업으로만 머물다 선수 생활을 접고 싶진 않았다. 작년 11월 마무리 훈련 때부터 새 타격 코치(나가시마 기요유키)님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따르기로 하고 훈련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나가시마 코치는 강봉규에게 허리와 어깨, 다리를 수평으로 유지하고 스윙은 투수와 2루수 사이를 겨냥하라고 강조했다. 또 공을 오래 볼 수 있도록 공격 타이밍을 조금 늦추라고 조언했다. 당초 나가시마 코치가 신명철의 스윙이 삼성에서 가장 눈에 띈다고 했을 때 예전 성적을 아는 이들 대부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상대 투수의 볼 배합, 승부 요령에 대해 신명철에게 수시로 설명했다.

어깨와 손목 등 부상을 털어낸 이들은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 몸을 만드는 등 강행군을 거듭했다. 외야와 1루수 백업 요원이던 강봉규, 새내기 2루수 김상수에 밀렸던 신명철은 그렇게 자신을 변화시켰고 이제 완전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타순과 성적은 문제가 아니다. 뛸 수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주전 출장이 가장 큰 목표"라는 것이 강봉규, 신명철의 올해 각오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이들의 질주가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의 성적은 남보다 더 땀을 흘린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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