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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월남쌈…보글보글 '다문화 웃음꽃'

▲ 다문화 가정의 모국음식 뽐내기 대회가 11일 대구시 여성회관 주최로 열려 행사에 참가한 베트남과 중국 며느리들이 모국음식인 월남쌈과 만두, 탕수육 등을 만든 후 선보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다문화 가정의 모국음식 뽐내기 대회가 11일 대구시 여성회관 주최로 열려 행사에 참가한 베트남과 중국 며느리들이 모국음식인 월남쌈과 만두, 탕수육 등을 만든 후 선보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모처럼 고향 음식 먹으며 친구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11일 오전 11시 30분쯤 대구 북구 노원동 대구시여성회관 지하식당. '다문화가정 모국음식 뽐내기 대회'가 펼쳐져 다양한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찜솥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올랐고, 프라이팬에서 고기 볶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날의 요리사는 다문화가정 주부 20명. 빨간색 체크무늬 앞치마를 두른 이들은 만두피를 빚고 소를 만들고, 야채를 썰고 고기를 볶느라 정신이 없었다. 뜨거운 열기로 금세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지만 이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만두·탕수육(중국)과 월남쌈(베트남)을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이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이 행사는 대구시여성회관이 운영하는 '2009 다문화가정 문화체험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모국의 요리를 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프로그램 담당 조은숙씨는 "다문화 여성 프로그램이 주로 우리 문화를 전파하다 보니 그들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재료를 다듬고 간을 맞추고 요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월남쌈 만들기에 집중하던 이선아(26·본명 임펑·여·베트남)씨는 "평소 친구들과 가끔 집에서 고향 음식을 해먹는다"며 "여럿이 어울려 음식을 요리하니너무 재미있다"고 웃었다. 만두를 준비한 쑨아이리(21·여·중국 산둥성)씨는 "서로 떨어져 살다 보니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이렇게 만나서 고향 얘기도 하고, 맛난 것도 먹으니 즐겁다"고 말했다. 궈샤(29·여·중국 산둥성)씨도 "평소 관심 있던 월남쌈 요리를 배우고 나니 기분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낮 12시가 넘어서자 이들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여성회관 자원봉사자들이 "12시 30분 전까지 끝내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12시 40분쯤 요리를 끝낸 이들은 준비된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다시 한번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라도 언어도 다르지만 고향의 요리를 만들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은 여느 한국 주부와 다르지 않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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