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영광의 날들

EBS 일요시네마 14일 오후 2시 40분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알제리의 한 시골 마을. 프랑스의 식민지인 알제리 청년 사이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프랑스를 나치로부터 구하려는 일념으로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쟁에 지원한다. 사이드는 훈련소에서 같은 식민지 형제들을 만난다. 오직 진급이 목표인 압델카데르 하사, 동생 결혼식을 위해 죽은 병사들의 호주머니를 뒤지는 불 같은 성격의 야시르,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과 사랑에 빠진 메사우드 등 토착민 출신 병사들이 나온다. 이들은 고된 훈련을 참아내며 격전지로 악명 높았던 노르망디와 얼어붙은 동부 전선, 그리고 독일군 점령 하에 있던 알자스까지 동료와 자신들을 희생시켜가며 프랑스를 지켜낸다. 하지만 결국 프랑스 국기를 꽂고 승리의 기념사진을 찍는 군인들은 모두 프랑스 출신 군인들. 게다가 식사와 진급, 편지 검열 등 토착민 병사에 대한 불평등이 계속되고, 압델카데르가 다시 진급에서 밀려나자 프랑스 군인과 토착민 병사들 사이의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결국 사이드와 동료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뒤 정당한 권리를 찾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독일군 점령하의 알자스 마을에 침투, 힘겨운 전투를 시작하는데….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점령당했던 프랑스를 위해 싸웠던 북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 군인들에 관한 이야기. 이들 토착민 군인들은 프랑스 군대와 함께 전투에 참여했지만 종전 뒤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인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 2006년 9월에 프랑스 전역 500개 극장에서 개봉했고 한 달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3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했다. 2006년 9월, 첫 시사회에 참여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그간 무시됐던 식민지 군인들의 인권을 보상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와 모로코, 알제리, 벨기에가 공동 제작한 '영광의 날들'은 제작 과정부터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앞으로 계속될 식민지인들의 인권을 다룰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주인공 사이드 역을 맡은 자멜 드부즈가 남우 주연상을 받았으며,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상,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120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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