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 발언'에 정치권 공방전 양상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지난 11일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 강연'에서 현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면서 국민들에게 행동을 촉구한 발언 때문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여권은 강력히 비판한 반면 야당은 이를 두둔 하면서 양측은 공방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박희태 대표는 "수 십 년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현실 정치에 있지도 않은 독재자를 향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돈키호테적 사고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제 DJ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공격했다. 이어 "조용히 앞날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통합의 상징으로서 길이 존경 받을까를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 역시 "조문정국, 북한 핵실험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가만히 침묵을 지켜주는 것만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도와주는 길임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도 DJ 비판에 가세했다. 이회창 총재는 "김대중 정권은 3대 의혹사건을 조작해서 나와 한나라당을 핍박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고, 관계자가 형사처벌됐다"며 "국정원이 불법도청해서 정치공작까지 했던 김대중 정권시절이 민주주의 시대이고 지금은 독재인가, 좌우대립과 투쟁을 선동하지 말고 조용히 계시라"고 비판했다.

'영원한 맞수'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DJ가 독재라는 표현을 써가며 현 정부를 비난한 것에 대해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틈만나면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다 죽어가던 북한 독재자 김정일 같은 사망 직전의 중환자에게 마약 투여하듯 엄청난 돈을 퍼주고 회생시킨 자가 바로 김대중"이라며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사태를 두둔하는 것은 공산주의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보수층의 파상공세가 일자 민주당은 엄호에 나섰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후배 대통령에게 충고한 것"이라며 반격에 나선 것.

박 의원은 "이명박정부 출범 후 민주주의가 유신으로 회귀하고, 서민경제는 파탄지경에 있고, 남북관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원로로서 현실적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하자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년 반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전직 대통령의 의견을 직접 물은 적도 없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을 '분열'이라고 했지만, 그러면 자신들이 언제는 '통합의 정치'를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소통은 의견이 다른 사람이나 적과도 대화하는 것이 소통이지, 자기들끼리 하는 것은 짝짜꿍이다. 짝짜꿍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유정 대변인도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씨는 김대중씨로 운운하며 기본예의도 없는 저급함을 보였다"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야말로 전직 대통령 죽이기 광풍에 휩싸인 듯하다. 정치보복성 검찰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한 죽음을 맞은 것도 모자라 이렇게 처참하게 전직 대통령을 비난해야 살 수 있나"고 비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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