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멘탈이다]정서는 무엇일까?

'예기'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칠정 즉, 기쁨·노여움·슬픔·두려움·사랑·미움·욕망의 일곱 가지로 나눈다. 서양에서는 딱히 몇 개로 규정하지는 않으나 사랑·증오·혐오·기쁨·수치·부러움·죄책감·공포·불안 등을 열거하고, 이 중 일부는 정신의학에서 주요 정신병리로 취급한다.

감정이 인간에게만 있는 정신현상이나 기능이 아님은 물론이다. 다윈은 개와 맞닥뜨린 고양이의 감정 표현을 깊이 연구했다. 국내에서는 2007년 초 경북 상주에서 생전에 자기를 보살펴주던 할머니가 사망하자 산소에 성묘하고 빈소에 문상하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인 소의 죽음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감정 혹은 정서는 정확하게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개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감정이 생겨나고, 그 감정에 신체적인 반응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학자들이 있다. 감각기관이 몸에 일어나고 있는 정보를 뇌에 전달하면 뇌는 신체 각 부위에 신호를 보내 근육이 긴장되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등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체적 반응이 바로 정서이다. 울기 때문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지,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맞선 자리나 면접 시험에서 누구나 긴장과 불안을 경험한다. 숨도 차오르고 심장도 벌렁거린다. 이때를 대비해 심계항진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미리 복용해 두면 현장에서 긴장과 불안을 피해갈 수 있다. 심호흡도 일시적이긴 하나 비슷한 효과가 있다. 숨이 가쁘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신체적 변화가 불안이나 긴장과 같은 정서적 경험에 선행한다.

정반대의 입장도 있다. 척추를 잘라낸 실험 동물은 뇌가 신체 부위의 감각을 지각하지 못하는데도 정서적 반응은 나타난다. 척추 손상을 받은 인간에게서도 정서적인 표현은 예전 그대로이다. 생리적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경우에도 정서적인 경험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대뇌피질에서 내려오는 신호든, 아니면 말초의 감각기관에서 척추를 통해 올라오든 간에 시상을 활성화하는 모든 신호는 정서를 일으킨다는 것이 그들 생각의 요체이다. 시상은 뇌 안에 있는데, 말초에서 뇌로 올라오는 모든 자극과 대뇌 피질에서 말초로 내려가는 모든 명령이 이곳을 통과한다.

위의 두 이론은 각각 정서가 무엇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해 주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어느 것도 충분치 않다. 감정이 하나가 아니고, 또 복잡하기도 하니 아무래도 답은 신경회로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박종한(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