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환자를 우리 병원으로 보냈다는 후배 의사의 연락을 받았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 언제나 가슴이 쿵덕거린다. 급히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의식은 혼수상태이고 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심하다고 했다. 재출혈된 것 같고 큰 뇌내혈종도 있어 응급 뇌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니 응급실에 곧 도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범어네거리를 지나서부터 차가 밀렸다. 수성교까지는 그래도 차가 조금씩은 움직였다. 그 이후부터는 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토요일이어서 행락객이 많아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데 아직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구나 하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마음이 급했다. 빨리 가야 할 텐데….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해졌다. 전화가 울렸다. 환자의 한쪽 눈동자가 커져 빨리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환자를 수술실로 보내고 수술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삼덕네거리에서 반월당네거리를 거의 1시간 이상을 소비해서 지나갔다. 한 차로는 어떤 종교행사로 완전히 차단돼 반대편 차로로만 차들이 오가고 있었다. 우리들 뇌에는 뇌하수체(腦下垂體)라는 기관이 있다. 몸에 필요한 모든 호르몬이 여기에서 분비된다. 이 기관에도 종양이 생긴다.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 종양도 생긴다. 어린 나이에 생기면 거인증(巨人症)이 생기고 성장이 멈춘 후에 생기면 말단비대증(末端肥大症)이 생긴다. 과거 유명한 여자 농구선수, 씨름과 격투기로 유명한 선수, 과거 달성공원 정문을 지켰던 거인분 등이 이러한 환자들이다. 종양을 치료하지 않으면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뼈관절질환 등 많은 합병증을 일으켜 생명이 단축된다. 힘을 잘 쓰던 농구선수도, 격투기 선수도 그래서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어느 강연에서 들었다. 건장한 사람에게 3천배를 시키고 얼굴 표정을 촬영하였다고 했다. 처음 3천배를 시작할 때의 얼굴 표정은 기고만장한 표정이었다고 했다. 2천배가 되니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하고 표정이 일그러지더라고 했다. 3천배에 가까워지니 머리가 숙여지고 어깨가 낮아졌으며 허리가 굽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3천배가 되니 얼굴이 부처님 얼굴이 되더라는 내용이었다.
왜 4월 24일 종교행사와 거인증, 그리고 3천배가, 병원에 간신히 도착해 허겁지겁 수술실로 달려들어와 다급하게 수술하던 내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올랐을까?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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