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는 교세 확장이나 선교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천주교 대구대교구 범어성당은 최근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일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가 1천600여명에 이르는 비교적 큰 천주교회이지만 4월 말에 있었던 '예비신자 환영식'에 무려 320여명을 봉헌했다는 사실은 적잖은 파장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이후 9개반으로 나눠진 '예비신자 교리반'에서 꾸준히 교리를 공부한 230여명이 '받아들이는 예식'에 참여하며 세례 신자로 가는 길에 한 걸음 더 내디뎠음은 교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관련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수차례 최경환(F.하비에르)주임신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신자들이 힘을 모아 이룬 일인데 행여 자신만이 드러나게 될까봐 염려스럽다는 이유. 수차례 인터뷰 취지를 설명한 뒤 어렵사리 최 주임신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은 영적인 존재이며, 가톨릭 신앙의 가치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부각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현실적, 경제적, 물질적 부유함도 좋지만 결국 내적인 평화와 삶의 가치를 추구하게 마련입니다. 우리 교회는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며, 하느님을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 것이죠."
범어성당이 만든 포스터에는 이런 내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살아도 살아도 힘든 현실! 원하는 것 다 얻어도 허무한 인생!! 지금 이 포스터 앞에 서 계신 당신! 이미 평화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비신자에게 종교를 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범어성당은 선교 활동을 위한 지침서 '발걸음'을 발행하기도 했다.
책자에는 성공적인 선교를 위한 마음가짐과 세부적인 대화법까지 담고 있다. 특히 대화법 중에는 '편안한 분위기가 됐을 때 신앙적 대화를 할 것', '완강하고 직선적인 어조는 삼갈 것', '논쟁, 특히 타 교파에 대한 비난은 삼갈 것' 등의 내용과 함께 흔히 비신자들이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궁금증에 대한 답변도 담아두었다.
아울러 최 주임신부는 "거리에 나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선교하기보다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천주교 신자로서의 품위를 보여주며 스스로 따라나서도록 만들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예비신자반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있다. '예비신자가 됐더라도 가슴으로 종교를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최 주임신부는 "실제로 그런 부분 때문에 끝까지 의문을 갖고 따져 묻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특히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세상에 죄, 악, 고통이 존재하느냐'는 물음이 많다. "바로 답을 해 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서서히 시간이 걸려서 체득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 한 세례 신자는 과학, 원칙, 합리로 무장한 사람이었습니다. 끝까지 교리시간 내내 질문 공세를 멈추지 않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데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어느 날 도저히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을 겪은 뒤 하느님의 은혜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장성혁 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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