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프리킥의 마술, 승패를 가른다

현대 축구에서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세트피스에서 터진 42골 중 32골이 코너킥 상황에서 이뤄졌다. 우승을 차지했던 이탈리아의 총 12득점 중 6골이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이었다. 특출한 한, 두 명의 전담 키커를 보유한 팀은 성적도 뛰어나다.

한국 축구 대표팀에는 기성용(20·FC서울)이 전담 키커로 활동하고 있다. 오른발을 사용하는 기성용은 파괴력과 정확도에서 국내 최고로 인정받는다. 그는 1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프리킥 감이 정말 좋다. 하나만 제대로 걸렸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잉글랜드 대표팀에 다시 발탁된 데이비드 베컴(34·AC밀란)은 대표적인 킥 스페셜리스트다. 공이 곡선을 그리면서 골키퍼를 지나 왼쪽 골문을 향해 정확하게 들어가는 베컴의 프리킥은 명중률도 세계 최고다. 마치 공이 마법을 부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예전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프리킥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녔다는 평가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무회전 프리킥이 전매특허다. 공의 밑 부분을 인스텝으로 차면서 임팩트 순간 오른발을 살짝 틀어 회전을 최소화시키는 호날두의 프리킥은 매순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골키퍼도 낙하 지점을 예측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축구팬들에게 묘한 쾌감을 전해준다.

우루과이의 알바로 레코바(33·파니오니스)는 정확한 킥으로 정평이 나 '남미의 지단'으로 불린다. 인사이드로 차면서도 빠르고 휘는 각도가 상당하다. 황인종과 비슷한 외모를 가져 '중국인'이라는 뜻의 '엘 치노(El Chino)'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웨슬리 스네이더(25·레알 마드리드)의 프리킥도 놀랍다. 팀의 전담 키커로 활동하고 있는 스네이더는 '킥의 달인'으로 불린다. 프리킥 지점에 따라 양쪽 발을 모두 사용하는 스네이더는 정확하고 빠른 킥을 자랑한다. 한때 네덜란드축구협회가 대표팀의 프리킥 전담 키커로 스네이더와 라파엘 판데르 파르트(26·레알 마드리드), 로빈 반 페르시(26·아스날)를 대상으로 자국민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스네이더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35·유벤투스)도 프리킥의 고수다. '델 피에로 존'이라는 작은 명칭이 있을 정도다. 자신이 좋아하는 각도가 나오면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결정력있는 프리킥을 성공시킨다.

현재는 대표팀에서 은퇴한 브라질의 로베르토 카를로스(36·페네르바체)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구속에다 정확성까지 겸비해 'UFO 프리킥' 또는 '프리킥의 마술사'로 불렸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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