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껌 한통을 사기 위해 들른 대구 북구의 한 동네 슈퍼마켓. "요즘 장사 어떠냐"고 기자가 묻자 이 곳 주인은 며칠전 신문을 펼쳐보였다. 지난달 전국적으로 자영업자의 숫자가 1년 전보다 30만1천명이나 줄었다는 통계청 발표였다. 6년1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이라고 그 기사에는 씌어있었다. 소규모 상점,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폐업하거나 도산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통계청 분석도 나와 있었다. 이 주인은 "덩치큰 유통회사들이 슈퍼슈퍼마켓(SSM) 간판을 내걸고 골목까지 들어와 대형 슈퍼마켓을 차린 뒤 돈을 싹쓸이하는 상황이라 나도 한두달 뒤 이 기사 내용처럼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기업형 슈퍼마켓(슈퍼슈퍼마켓·SSM) 주변 300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조사'를 해보니 중소유통업체의 79.0%가 "SSM 입점시점을 기준으로 경영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SSM 입점 이후 소매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무려 34.1% 감소됐다. 사회적 불안을 부르는 소상공인들의 몰락을 대형유통업체들의 SSM이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발표 자료)
골목상권을 급격히 잠식하면서 소규모 가게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있는 수도권 본사 대형유통업체들의 SSM. 대형소매점에 이어 '새로운 골목 공룡'으로 떠오른 SSM과 관련, 정부가 규제책 마련에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형소매점의 경우, 지방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효력을 내왔기 때문에 SSM 규제가 골목 상권을 보호하는데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자영업자들은 보고 있다.
◆SSM 얼마나 있길래?
수도권 본사 대형유통업체가 운영하는 SSM은 대구경북지역에서만 이미 41곳에 이르렀다.
롯데슈퍼의 경우, 대구에 무려 13곳, 경북에 9곳의 점포를 내놨다. 롯데슈퍼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구경북에 가장 많은 숫자의 SSM을 만들었다.(표 참조)
대구시내엔 롯데슈퍼 SSM이 13곳에 이르는데 대구보다 인구가 더 많은 부산은 8곳에 불과하고 대구와 인구가 비슷한 인천도 4곳뿐이다. 대구에 롯데슈퍼의 SSM이 집중돼있는 것이다.
경북도 롯데슈퍼 SSM이 집중 공략하는 곳이다. 9곳의 롯데슈퍼 SSM을 갖고 있는 경북과 비교했을 때 경남은 4곳, 충남은 3곳, 전남 역시 3곳 뿐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대구 8곳, 경북 1곳, GS슈퍼마켓도 대구 4곳, 경북 6곳의 점포를 만들어놨다.
롯데슈퍼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올해 전국적으로 50곳,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홈플러스는 100곳, GS슈퍼마켓의 GS리테일은 20곳의 점포를 신규 개설할 방침이다.
게다가 신세계 이마트까지 소형 점포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올해 안에 30곳 이상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골목상권 다 죽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유통업체(슈퍼, 정육점, 야채·과일판매점)의 79%가 경기 악화를 호소하고 있으며 경기악화의 이유로는 SSM 입점(대형마트 포함)이 63.5%를 차지, 가장 큰 비중이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은 27.4%에 머물렀으며 중소유통업체 상인들은 "SSM이 중소유통업체 경기악화의 주 요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구중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임재영 이사장은 "대형소매점이 들어온 뒤 대구 경제가 급격히 몰락했다고 확신한다. 잃어버린 10여년이라고 하는 지난 세월동안 지방 정부는 수도권 대형유통업체들의 영업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봤고 결국 엄청난 자금의 역외유출이 있었다. 중소상인이 쓰러진 것은 물론, 대구의 돈이 싹쓸이돼갔고 남은 것은 허약해진 대구 경제 뿐이다. 골목상권까지 먹겠다고 들어오는 수도권 본사 유통업체들에 대해 이제라도 강력한 규제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SSM을 막겠다는 것을 동네 상인들의 장사 안된다는 푸념으로만 들어선 안된다. 이 지역의 곳간을 지키기 위해 자금 유출만 일으키는 수도권 대형유통업체를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반발
지식경제부와 한나라당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 그동안 영업신고만으로 개점이 가능했던 대형 유통업체 직영 SSM에 대해 앞으로 등록절차를 거치게 한 뒤 영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등록제를 시행하면 대규모 점포의 경쟁적인 SSM진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소매점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규제를 하면서 최근 점포 확장세에 제동이 걸렸었다.
SSM을 운영하는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들도 "등록과정에서의 지자체 반대 때문에 최근 몇년간 대형소매점을 새로 개설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번 조치가 나오면 SSM도 같은 규제를 받게 돼 점포 열기가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상품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쾌적한 환경과 제대로된 서비스를 만들어온 대형유통업체들의 공로를 전혀 몰라주는 세태가 안타깝다. 과다한 규제는 결국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SSM(Super Supermarket)= 대형유통업체들은 3천㎡이상의 대형소매점을 주력으로 영업해왔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잇따른데다 고유가 등이 겹치면서 차를 타고 멀리 가는 쇼핑을 기피하자 동네 주요 상권에다 3천㎡미만의 대형 슈퍼마켓, 즉 SSM을 만들어왔다. 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SSM사업을 새로 시작하겠다고 밝히는 등 SSM은 대형유통업체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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