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조지프 히스 지음·노시내 옮김/마티 펴냄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

아마도 이 말은 많은 우파들과 좌파들이 상대에 대해 가지는 인식일 것이다. 좌파 청년운동가 출신의 철학교수 조지프 히스는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의 '오류'를 잡아내고 있다. 잘못된 우파의 인식, 잘못된 좌파의 인식 등 각각 6개의 좌·우파의 오류가 도마에 오른다. (물론 지은이의 생각과 논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우파 혹은 좌파는 각자의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우파는 시장만능주의, 인센티브 및 경쟁제일주의 사고를 갖고 있으며 세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좌파는 가격 및 임금을 조절해야 한다고 믿으며, 자본주의는 구조적 결함이 있기 때문에 붕괴할 것으로 믿는다. 그들은 또한 '하향 평준화'를 아주 가벼운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적 모순'이 있어서 언젠가 상황이 무르익으면 혁명의 시기가 도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1920년대와 30년대 경제대공항을 맞으면서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1930년대에는 자본주의가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경제체제라고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현실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자본주의는 건재하다.

지은이는 인간 사회에서 시장과 자본주의의 영속성을 확신한다. 시장을 통한 거래는 형성 그 자체에 노력과 비용이 가장 덜 드는 자생적인 방식이라고 말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생기고, 거래가 형성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마약 시장의 경우 치안당국의 서슬이 아무리 시퍼래도 판매자와 구매자는 서로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끈질기게 시장을 형성한다. 이런 예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형성을 막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억지로 막으려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지은이는 시장이 없어지기를 기대하거나 시장의 제거에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시장을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는 편이 옳다고 말한다.

좌파 지식인들은 흔히 '자본이 대기업 대신 소규모 기업으로 더 많이 흘러든다면 경제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은이는 '우리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부의 창조여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의 예는 부의 창출과 일자리 창출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지은이가 꾸며낸 예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작업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엔지니어가 중국에 갔다가 삽과 곡괭이로 댐을 짓고 있는 한 무리의 노동자들을 만났다. 일꾼들에게 모터 달린 건설 장비를 주면 몇 달이 아니라 며칠이면 끝날 일이라고 엔지니어가 말하자 공사장 십장은 그런 기계는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대답했다. 엔지니어는 "아, 난 또 당신이 댐 짓는 데 관심이 있는 줄 알았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일꾼들에게 삽 대신 숟가락을 주지 그래요?" '

이런 오류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흔히 발견된다. 지은이는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버스 안내양이 사라지는 것도, 엘리베이터걸이 사라지는 것도 한탄해야 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그런 비생산적인 직업에서 해방되면 더욱 가치있는 일에 종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시적이고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자리 창출은 일부러 도모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경제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성실한 노동자들은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데 임금은 형편없다.'

이 역시 좌파들이 흔히 빠지는 오류다. 즉 '임금은 사회가 특정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회적 인정의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임금은 사회는커녕 고용자가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로도 결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인정이라는 오류에서 벗어나 사회 기여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데도 임금이 적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더 잘해주자'는 말은 일리 있다. 그러나 '임금을 더 주자'는 주장은 틀렸으며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열심히 일하는 착한 사람에게 봉급을 충분히 주자는 소리는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본주의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경제에서 임금은 대가이자 인센티브이다. 자선적 가격은 인센티브를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형편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대리운전을 보자.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리운전자의 서비스료가 그대로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대리운전 비용'을 지금의 두 배쯤으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성실하고 정직한 대리운전 기사들의 임금 수준을 향상시키려면 수요가 공급보다 늘어나야 한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 대리운전을 하겠다는 사람보다 대리운전을 요청하는 취객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우파의 오류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세금을 싫어한다. 특히 우파들은 세금을 '정부가 소비하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정부가 시장에 안기는 세금에 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인다'고 비난한다. 즉 우파들은 '정부는 부의 소비자이며, 민간부문이 부의 생산자'라고 생각한다.

지은이는 '국가는 시장과 동일한 양의 부를 창출한다. 다시 말해 국가나 시장은 부를 창출하지 않는다. 부를 산출하거나 소비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치안이라는 임무를 맡은 자가 행하는 서비스는 그 사람이 국가에 속해 일하는 경찰이든 사설경비업체에 고용된 경비원이든 똑같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을 땅에 묻어버리거나 태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쓰는 만큼 세금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나친 세금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경우는 있다. 여기서는 국가가 부여하는 세금을 개괄적으로 보고 있다.)

우파는 공공부조(사회복지 지출)가 사람들의 자립심을 방해하고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고 믿기 십상이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데 누가 일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지은이는 '도덕적 해이는 분명히 하나의 변수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해서 공공부조를 통째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 (공공보조는 광범위한 차원에서 보험이며, 이 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위험 분산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반적인 효율 증가에 비해 도덕적 해이로 잃는 손실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사유 재산을 원한다면 절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보험을 원한다면 도덕적 해이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험 덕분에 거리마다 택시가 돌아다닐 수 있듯, 공공부조를 통해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지은이는 공공부조(보험)는 만능 경제 윤활유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보험은 '개인적 책임'을 '사회적 책임'으로 만드는 제도이며, 개인이 책임지기 힘든 부분을 사회가 책임짐으로써 사회를 지키는 제도라는 것이다. 395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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