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아플 때면 제일 마음이 아파요. 대부분 가족도 없이 혼자 와서 일하다 다치면 더 서럽잖아요. 그들의 손발이 되어 주는 게 저의 중요한 할 일이에요."
올해로 한국 정착 3년 6개월을 맞은 외국인근로자 쉼터 마하붓다 대구 보현의 집 지도법사 소바나 스님은 유창한 한국말로 외국인 친구들의 지킴이 역할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7일 방문한 외국인근로자 쉼터 보현의 집은 대구 남구 이천동의 조그맣고 낡은 주택에 터를 잡고 있었다. 일하다 다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소바나 스님이다.
주로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의 쉼터지만 스님이 스리랑카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리랑카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주 모인다. 스님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주고 받으며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애쓴다.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 "인도에서 함께 공부했던 스님이 먼저 한국과 인연을 맺어 외국인근로자센터에 저를 초청했는데 처음에는 구미에 있다가 나중에 대구로 오게 됐다"면서 자신도 대구 사람임을 강조했다.
스님의 하루 일상은 분주하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사 간의 법률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발로 뛰어야 하고, 병원 방문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또 주말이면 쉼터로 찾아오는 외국인근로자들과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함께 올리기도 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18세에 출가한 스님은 "언젠가는 스리랑카로 돌아가 사원에서 살겠지만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수행의 한 과정이라 믿고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근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을 좀 더 배려하고 더불어 나누면서 살아가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로 그들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는 소바나 스님.
이 땅에 적응하기 위한 스님의 바쁜 걸음만큼이나 우리도 더불어 공동체 의식을 갖고 동반자로서 그들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이철순 시민기자 bubr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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