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권 맞는 국세청장 고른다고 미적대나

국세청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한상률 전 청장이 지난 1월 19일 물러난 이후 지금까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았으니 벌써 6개월째다. 1966년 국세청 발족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다른 어느 나라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 해 160조 원에 이르는 국세 징수를 담당하는 국가 중추기관의 首長(수장) 자리를 장기간 비워 놓고 있는 것은 국세행정의 차질을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재정은 비상상황이다. 올 1분기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8조 원(16%)이나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세수 결손은 20조~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국세청 차원에서 세수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각종 탈세를 잡아내 추징하는 것만으로도 세수 보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런 비상대책을 꾸리고 시행하기는 어렵다. 단적인 예가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총괄하는 서울청 조사2국장 자리가 비어 있다는 점이다. 이 자리는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장을 대행하고 있는 차장이 임명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이란 것이다. 매년 2월에 열리는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도 지난 4월에 열렸다. 이들 사례만으로도 현재 국세행정이 얼마나 삐걱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국세청은 4대 권력기관의 하나이다. 그 수장은 충성심이 높고 코드가 맞는 인물이 앉는 것처럼 굳어 있다. 지금의 장기 공석도 같은 맥락에서 비쳐지고 있다. 그러한 정치적 고려가 국세행정의 정상화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야기하지 않도록 빨리 국세청장을 임명해 국세 행정을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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