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6·25 맞지요?" "그렇지."
"(친구를 쳐다보며)봐라. 내 말이 맞잖아."
지역 한 고교생이 '한국전쟁 설문지'를 두고 짝꿍에게 한 말이다. 한 학급에서 설문도중 용어나 개념, 정답(?)에 대해 서로 묻기도 했다. 기자는 이를 제지했다. 지역 한 대학생은 "인해전술이 뭐냐"고 설문 조사자에게 물었다.
그랬다. 동족간에 피를 흘린 뼈아픈 기억도 세월 속에 점점 희미해져 간다. 60, 70년대 교육당국은 '반공교육'에 열을 올렸다. 아이들은 '북쪽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달렸다'고 믿기도 했다. 정부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친(?) 이승복을 어린 국가영웅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59년째. 한국전쟁 당시 어린아이들은 벌써 환갑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통일의 길은 요원한 것 같다. 아니, 일부는 통일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일부 전전(戰前)세대는 총부리를 들이 댄 동족에 대한 분노를 잊을 수 없는 듯하다. 일부 전후(戰後)세대는 분단체제로 인한 왜곡된 역사에 대한 인식부족인지, 통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때문인지 '통일, 왜 해야하지요?'라고 되묻기도 한다. '통일이 절실하다'는 다수도 10~20년 이내 통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한국전쟁과 통일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살펴봤다. 지역 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이 20%를 넘었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의 인해전술에 대해 잘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반면, 이승복과 한국전쟁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킨 답변도 꽤 있었다.
본지는 12일부터 17일까지 지역 초 3년생(104명)·중 1년생(114명)·고 1년생(107명)·대 1~3년생(100명) 등 모두 4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국전쟁과 통일에 대한 인식'에 대해 알아봤다.
◆통일에 대한 인식
지역 중·고·대학생 10명 중 3명은 남북한이 20년 이후에도 당분간 통일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고·대학생의 22%는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했다. 다만, 초교생들은 통일에 대한 희망적인 가능성을 점쳤다. 초교생 10명 가운데 7명이 20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답한 것.
대학생들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가장 어두웠다. 앞으로 10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100명 중 10명, 20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는 답은 15명에 불과했고, 20년 이후에 통일이 될 것이라는 대학생도 19명에 그쳤다. 당분간 통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대학생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고생들도 응답자의 30%가량이 20년 이후에도 통일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초교생들의 46%는 10년 안에, 22%는 20년 안에 통일이 될 것으로 여겼다.
◆헷갈리는 '인해전술'과 '인천상륙작전', 그리고 '이승복'
한국전쟁과의 직접적 관련성과 관련, 중·고·대학생들의 상당수는 중국군의 '인해전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이승복' '휴전선' '1.4후퇴' '인해전술' 등 5개 항목 가운데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이승복' 다음에 '인해전술'을 많이 꼽았다. 대학생의 26%(이승복 58%), 고교생의 16.8%(이승복 68.5%), 중학생의 25%(이승복 64%)가 한국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항목으로 '인해전술'이라고 답한 것.
초등학생들은 '이승복' 다음으로 '인천상륙작전'이 한국전쟁과 관련없는 것으로 많이 꼽았다. 전체의 44.2%가 '이승복'을 관련없는 항목으로 꼽았으나, '인천상륙작전'(22.1%) '1·4후퇴'(13.5%) '인해전술'(12.5%) 등으로 답한 경우도 꽤 있었다.
청소년들이 한국전쟁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몇년도에 누가 일으켰나요'(초등학생)
초등학생들은 한국전쟁의 상대와 날짜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누가 일으켰는지'와 '발생연도'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몰랐다.
초등학생들의 54%는 한국전쟁을 김정일 현 국방위원장이 일으킨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일성 전 국방위원장이라고 답한 학생은 27%에 불과했다. 김일성 전 국방위원장이 15년 전에 사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정도 '이해할 만한' 답변이다. 중학생의 11.4%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인식했다.
또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에 대해서는 '1950년'이라고 답한 초등학생이 30.8%였지만, '1945년'(23%) '1940년'(22.1%) '1948년'(13.5%) 등으로 답해, 정확히 모르는 학생이 다수를 차지했다. 초등학생의 15.4%가 한국전쟁의 당사자가 한국과 일본으로 꼽은 대목이 눈길을 모았다.
◆대학생들의 인식
대학생 가운데 일부는 한국전쟁 관련 사건이나 인물, 발발연도에 대해 정확한 인식이 부족했다.
대학생 응답자의 48%가 한국전쟁 발발연도를 잘 몰랐다. 해방된 1945년을 꼽은 응답자가 17%, 정부수립해인 1948년을 꼽은 응답자가 9%, 1953년을 꼽은 응답자가 8%였다.
한국전쟁 관련성 여부에 대해, 대학생의 26%가 '인해전술', 11%가 '1·4후퇴', 4%가 '인천상륙작전'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답했고, '이승복'이라고 답한 학생은 58%에 그쳤다.
◆분단과 통일
이번 조사를 통해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낮은 가능성 ▷한국전쟁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 등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대학생들은 통일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모두 낮게 보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반면 통일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게 보고 있다는 점이 나타났다. 청소년과 기성세대, 특히 전전세대와 전후세대의 인식의 간극은 얼마나 클까.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59년이 흐른 지금, 민족분단과 통일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1.한국전쟁은 몇년도에 일어났습니까?
①1940년 ②1945년 ③1948년 ④1950년 ⑤1953년
2.한국전쟁은 누가 일으켰습니까?
①모택동 ②스탈린 ③김일성 ④김정일 ⑤맥아더
3.한국전쟁은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의 전쟁이었습니까?
①한국-북한 ②한국-소련 ③한국-중국 ④한국-일본 ⑤한국-미국
4.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짜는 언제입니까?
①6월 6일 ②6월 25일 ③7월 17일 ④8월 15일 ⑤10월 1일
5.한국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은?
①인천상륙작전 ②이승복 ③휴전선 ④1·4후퇴 ⑤인해전술
6.한국과 북한이 통일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통일이 된다면 언제쯤 될 것 같습니까?
①10년 이내 ②20년 이내 ③20년 이후
④당분간 통일이 안 될 것이다 ⑤통일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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