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 후엔 프라이버시 종말?…흥미진진한 예측의 세계

펜실베이니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늘 내 옆집 아저씨의 예지력에 놀라곤 했다. 옆집은 근처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 오늘 날씨가 어떨지 묻기 위해 들르던 곳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오늘은 부츠를 신고 가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그날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라디오 예보도 그 사람보다 정확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알아맞히냐고 물으면 그는 언제나 "눈이 올 것 같으면 뼈마디가 쑤신다"고 답했다.

하지만 몇 년 후 나는 그 예지력의 원천을 알게 되었다. 그의 뼈마디가 쑤신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옆집 아저씨는 그날 날씨를 알기 위해 오전 8시까지 철로 앞에서 기다렸다. 그 시간이면 피츠버그에서 출발한 필라델피아행 기차가 그곳을 지나갔고 그는 기차에 물이 묻어 있는지 살피는 것이었다. 만일 기차가 젖어 있으면 그날 눈이 내린다고 말했다. 기차는 항상 그날 일기를 좌우하는 바람이 부는 방향인 동쪽, 피츠버그가 있는 방향에서 바람을 안고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습기를 한껏 머금은 기차가 미리 일기를 말해준 셈이다.

1994년, "세계무역센터는 미국 문화와 부를 상징하기 때문에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9·11테러를 예측한 미래 전문가 마빈 시트론(Marvin Cetron)이 쓴 '미래와의 조우(Encounters with the Future)' 중 일부다. 옆집 아저씨에 대한 일화지만 이 짧은 한 토막의 글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연에 의한 '예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예측한 것은 높은 적중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미래 예측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 대한 찬사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놀라운 특수효과를 비롯해 우주공간과 비행 모습 묘사는 이후 SF영화의 모델이 됐을 정도. 영화에 등장한 우주선, '디스커버리'는 10년 뒤 발사된 실제 우주왕복선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먼 과거일수록 영화에 나타난 미래, 2009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죄다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틀렸을 경우 자칫 점쟁이나 사이비 예언가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 하지만 과학적 근거나 통계를 가지고 앞날을 얘기한다는 그때부터는 '예측'이 된다. 온탕에 들어가기 전 발을 넣어 미리 온도를 재보듯 '예측'을 통해 전체에 미칠 영향을 재보는 것이기에 상당한 설득력도 갖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미래학'이라는 이름을 붙여 여러 기관 및 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관공서는 중장기 발전모델을 만들기 위해 인구 변화 추이와 개발 가능 지역 등을 예측, 주민의 복지와 편의를 도모하고 업체에서는 '전략기획팀' 'R&D팀' 등 미래지향적 부서를 만들어 향후 산업판도 변화 등 최대 이익 창출 모델을 구상해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빗나간 예측도 나온다. 특히 예측이 많이 좌우하는 주식의 경우 사이클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은 그간의 추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모두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실천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외가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기 십상.

실제 통계학자들은 어떤 통계에든 '오차범위'가 있기 때문에 100% 맞힐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단기간의 미래를 예측한 것들은 어땠을까.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온라인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우리를 화들짝 놀라게 한 온라인 논객 '미네르바'의 예측도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특히 '종합주가지수 500선 폭락' '집값 반 토막' 등은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 이 부분에 대해 '미네르바' 박대성(31)씨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우려되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반전이 된 상황에서 일단은 다행이지만 9월쯤 돼야 경기가 바닥을 쳤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미래를 종합적으로 연구, 예측한 미래학자들은 과연 어디까지 적중했을까. 이들은 대체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 후의 모습을 다양하게 예상했지만 물론 예측이 다 들어맞은 것은 아니었다. 10년 전인 1999년 경영 컨설턴트이자 미래 예측가, 배리 하워드 민킨(Barry Howard Minkin)은 '밀레니엄 리포트 미래 예측'이라는 저서에서 다가올 10년을 결정할 중요 예상들을 나열했다. 물론 고국인 미국 중심의 예측이지만 상당 부분 일치했다. 하지만 그 역시 저서의 서문에서 '세상은 이미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가 매우 불확실한 몇몇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고 적시했다. 정보가 많을수록 전반적 적중률은 떨어진다는 것.

실제 미래와 현재의 관계를 파악해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단기예측에, 추세를 지켜보며 그것을 연장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장기예측에 사용되는 방법. 김태윤 조기경보시스템연구소 소장은 "오차범위란 통계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빗나간 예측이 나타나는 경우는 대개 누구도 알지 못한 돌발변수 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세계미래학회가 본 10년 후 삶의 변화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가 발간하는 미래예측 전문지 'The Futurist'에 지난해 게재된 'Trends Shaping Tomorrow's World'에 나타난 10~20년 후 세상을 바꾸어 나갈 핵심 트렌드는 ▷생활습관의 극적인 변화 ▷힘 센 소비자들의 천국 ▷개도국 도시화로 메가시티 급증 ▷은퇴 후 재취업 보편화 ▷비즈니스의 핵심계층을 이룰 X세대 등 5가지였다. 먼저 고령화와 교육수준 향상, 사회 민주화 등으로 기존 권위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가 바뀌면서 불변으로 여겨졌던 가치가 허물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선진사회를 중심으로 베이비붐 세대 중심 시대는 사라지고 1980년대 이후 세대가 사회 주도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것. 특히 이들 세대가 경제적 성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면서 소규모 창업이 급증, 앞선 세대가 취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 내다봤다.

소비자들의 힘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것도 이미 감지된 부분. 온라인 활용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가격, 서비스, 배달 시간 등의 정보를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접할 수 있고 사용후기 등을 통해 제품을 평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블로그에 포스팅된 글이나 웹 포럼에 올려진 정보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테러와 범죄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감시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프라이버시의 종말의 예고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9·11 이후 '미국애국법'(The USA Patriot Act) 등 테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이 나타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일상화되고 있다.

도시화는 전세계적인 현상. 문제는 도시화와 인구 집중은 도시 거주자들에게 적절한 주거, 깨끗한 식수, 화장실과 전기 등 생활환경의 저하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인력과 직업 측면에서도 변화를 예상했다. 전문화가 산업과 인력 전반에서 확산될 것이며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이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는 수명의 연장도 관계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교육의 기회가 증가했기 때문. 따라서 은퇴에 대한 기존의 개념도 변한다. 여행이나 재교육 등을 위한 '일시적 은퇴' 등은 늘어나겠지만 완전히 일을 그만두는 '진정한 은퇴'는 현재보다 더 늦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 결국 각각 다른 분야에서 2, 3개 이상의 경력을 갖는 것도 일상적인 현상이 될 것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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