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다문화축제에 동화책 기증…포에버북스 서철용 대표

다문화가정 아이들 문화소외 심각 해맑은 동심 이웃들이 보듬어줘야

◆다문화 가정에 관심 많아요.

서 대표가 다문화 축제에 동화책을 선뜻 내놓게 된 것은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의 요청 때문이었다. 김은아 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 대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쉽게 승낙했다고 한다. 아무리 행사의 취지가 좋다고 하지만 1개 출판사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터. 서 대표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나이가 우리 동화책 대상연령인 0~5세에 해당한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좀 더 집요하게 이유를 캐물으니 자신도 다문화 가정과 인연이 깊다고 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서 대표는 "집안에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사람이 있어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많다"며 "현재 자녀가 2명인데 아이들에게도 책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가 목격한 농촌 지역 다문화 가정의 상황은 너무 열악하다고 했다. 결혼 적령기를 한참이나 놓친 나이 많은 농촌 총각과 제3세계 여성과의 결합이 많다 보니 자녀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다 서점도 없는 곳에서 살아온 부모는 아이에게 책 읽히기의 중요성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과는 환경이 너무나 달랐다. 어릴 때부터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나중에 국가적인 문제로 커져 국력 낭비가 될 것 같아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문화축제가 벌어지는 동안 현장을 살펴보니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많은 다문화 가정에서 행사장에 찾아왔지만 일부러 의식해서 보지 않는 한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다는 방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서 대표는 "참가자 수에 비해 장소가 좁았고 남편들이 거의 안 보이는 것 같았다"며 아쉬워했다. "다음부터는 좀 더 큰 장소에서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 모두가 찾아오는 대대적인 행사로 만들어 더 많은 시민과 어린이가 찾아 오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

처음에는 다문화 행사와 관련해 서 대표와 만났지만 2시간 넘게 얘기를 나누면서 그가 동화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다문화 사회에서는 동화책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그 자녀가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인의 정서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 바로 동화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의 정서가 담긴 동화책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서점을 운영하다 2003년 출판사를 차린 뒤 국내 창작동화 출판에 나선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최근 출판계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똘망똘망'과 '똘망똘망 가치성장 시리즈'는 서 대표의 신념 때문에 탄생했다. 책 기획 단계부터 출판까지 2년이나 걸린 대작이다. 투자비만 15억원이 들었다. 외국 동화책을 번역해 출판하면 3억원 정도면 충분한 현실에서 '무모한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창작동화에 뛰어든 계기는 몇 년 전 참가한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박람회)에서 겪은 일 때문이었다. 당시 국내 출판사끼리 수입작품 확보에 열올리는 것을 보고 외국 관계자가 "한국에서는 책을 출판하지도 않느냐?"고 비아냥 섞인 질문을 했다. 서 대표는 이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출판사도 차리고 장기간에 걸쳐 투자를 했고, 결국 대박을 터트렸다. 그는 "출판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한 국가의 문화가치를 재는 척도"라고 했다.

◆동화책을 나눠주고 싶어요

서 대표에게는 꿈이 있다. 지금도 여러 출판사로부터 도움을 받아 기회 닿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나눠주고 있지만 이를 정례화하고 싶어했다. 그는 "한 가정에서 다 본 책이 많으면 2천, 3천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를 기증받아 어려운 가정에 나눠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안 쓰는 물품을 기증하고 이를 싸게 파는 '아름다운 가게'가 모델이다. 이는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시골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도시에는 도서관도 많고, 책이 많은 이웃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중고책뿐만 아니라 출판사에서 새책도 기증받아 나눠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위에서는 서 대표가 1년에 수천권의 책을 기증하고 있지만 기부영수증이나 감사패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서 대표에게 '책으로 사랑 나눔'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앞으로 그의 '행복 나눔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져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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