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대학도 학부제 모집 폐지 바람 불까

정부의 사업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대학들이 앞다퉈 학부·계열별 모집을 하고 있지만, 최근 연세대, 서울대 등 일부 대학들이 학과별 모집으로 전환을 추진해 파장이 예상된다.

올 3월 연세대가 학부별 모집 방식을 폐지한 데 이어 서울대 주요 단과대들이 학과별 모집을 추진하고 있어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시험을 치르는 2011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학과별 모집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역에서는 계명대가 올 입시부터 기존 학부제에서 전면 학과제 모집으로 바꿔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며 경북대·영남대 등은 당장은 변화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학과제 모집을 확대할 계획이다.

21일 서울대에 따르면 사회과학·자연과학·공과·농업생명과학·사범·생활과학대 등 6개 단과대가 신입생 선발 전형방식을 학과별모집으로 바꿔 달라는 건의서를 잇따라 대학본부에 제출했다. 인문대에서도 학과별 모집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1998년 두뇌한국(BK)21 사업 지원을 얻어내는 조건으로 정부에 학부 정원 감축, 학부제 시행 등과 함께 모집단위 광역화를 약속했으며 2002년도 입시부터 모집단위를 학부·계열별로 광역화했다. 학부·계열별 모집은 수험생들이 적성과 상관없이 성적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폐단을 줄인다는 취지였으나 결국 학부 내 인기학과에만 지원자가 몰려 당초 취지와 달리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 모순이 사라지지 않았다. 또 철학 등 기초학문 지망생이 실종되고 해당 학과생 상당수가 전공을 도외시한 채 실용학문 복수전공이나 각종 고시 또는 취업준비에 골몰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학생들 역시 '전공 진입 명목으로 입시를 한 번 더 치르는 셈'이라며 반발하거나 '학과 소속감 결여' '전공 교육기간 단축' '교수·선후배 관계 소원' 등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2006년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모집단위 광역화에 만족하는 교수와 학생이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경북대는 서울대와 달리 대부분 단과대들이 학과별 모집을 하고 있으며 일부 학부제의 경우도 전공이 1, 2개인 경우가 많거나 사범대처럼 이름만 학부제(사실상 전공별 모집)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용현 교무처장은 "학부제는 이공계열의 경우 운영의 장점이 있지만 학부내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양극화 문제, 소속감 결여 등의 문제가 있다"며 "서울대와 달리 학부제 모집이 거의 없어 당장 큰 변화는 없지만 내부 의견을 수렴해 조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영남대 경우 12일까지 단과대별로 학과·학부제 운영 단위 변경 의견을 수렴한 결과 변경 요구사항이 없었지만 7월 중순까지 내부 의견을 조율해 신입생 모집 방법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지역 A대학 교수는 "사실 학부제는 각 대학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한 측면도 있다"며 "대학가에서는 이미 학부제 폐단으로 인해 학과제로 복귀한 데가 많으며 서울대는 변화가 다소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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