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까?"
앞날이 불확실한 학생들에게 있어 이 문제는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경제학의 답은 이렇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즉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용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산요소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으로 경제학에서는 이를 특화(specialization) 또는 전문화라고 부른다.
특화를 분업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분업은 작업자들이 동일한 재화의 생산과정에서 공정별로 일을 나누어 맡는 것인데 비해, 특화는 동일한 생산과정의 한 부분이든, 완전히 다른 생산활동이든 상관없다. 자신이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따라서 특화된 분업이나 특화되지 않은 분업, 그리고 분업이 동반된 특화나 분업을 동반하지 않는 특화, 모두 다 가능하다. 물론 각 경우마다 생산성은 다를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땅을 잘 파는 몽룡이와 흙을 잘 나르는 방자가 있다. 두 사람이 각자 구덩이를 파고 흙을 나를 수도 있지만, 분업을 하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기왕이면 몽룡이가 땅을 파고 방자가 흙을 나르는 특화된 분업을 하면 서로 반대의 일을 하는 특화되지 않은 분업보다 생산성을 더 높일 수가 있게 된다.
특화의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흔히 사회적 분업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직업의 분화도 알고 보면 분업이 아니라 특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화의 이득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환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물고기를 잘 잡는 로빈슨 크루소와 나무 열매를 잘 따는 후라이데이가 무인도에서 각자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서로 교환을 하기로 합의하게 되면, 이제 로빈슨 크루소는 물고기만 잡고, 후라이데이는 나무 열매를 따는 일에만 특화한 다음, 각자의 생산물을 서로 교환하면 자급자족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다.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무역도 특화와 교환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특화와 분업이 공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삶이 타인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즉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만든 생산물이 다른 사람에 의해 보완되지 않으면 분업은 불가능하다. 또 각자의 생산물을 교환할 수 없다면 특화는 불필요하다.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동물과 식물, 나아가 물과 바위와 같은 무생물까지도 서로 의존하며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때, 인간 사회는 좀 더 따뜻해지고 지구도 보다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오영수(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학부 교수,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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