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대구 동성로는 거대한 '소음 공장'이었다. 상점마다 경쟁적으로 스피커를 내걸고 음악을 틀거나 확성기로 호객 행위를 하는 통에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거리 소음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동성로에 오는 것조차 꺼리고 있어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우려를 낳고 있다.
◆음악이 소음 되는 동성로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을 지나던 릭 앤더슨(37·미국)씨가 얼굴을 찡그렸다. 줄지어 늘어선 이동통신 대리점마다 쏟아내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이었다. 매장마다 거리를 향해 부착된 스피커들은 행인들의 머리 위로 쉴새없이 음악을 토해냈다. 릭씨는 "도심에 음악 소리가 나면 활기차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오래 걷다 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푸념했다.
대구 동성로는 얼마나 시끄러울까? 18일 오후 기자가 소음측정 전문가와 함께 도심의 소음 정도를 측정해봤다. 먼저 대구백화점~삼덕치안센터 구간. 대형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있는 한 노래연습장과 신발가게 사이 인도에서 소음도를 재봤다. 결과는 무려 82㏈(데시벨·소음도 단위). 소음·진동규제법 상 생활소음 규제 기준인 80㏈(상업지역, 주간 기준)을 뛰어넘는 수치다. 철로변 소음과 같은 수준으로 장시간 노출되면 청력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이 밀집해 있는 통신골목도 마찬가지였다. 보행자가 많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매장마다 틀어대는 온갖 음악이 뒤섞여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소음도는 69㏈. 주간 기준인 80㏈에는 못 미치지만 저녁 시간 규제기준인 70㏈에 육박했다.
스피커가 없는 인근 골목으로 접어들자 주변은 확연히 조용해졌다. 오가는 차량이 많았지만 소음도는 65㏈로 낮았다. 첫 번째 측정 장소에서 8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점인데도 무려 17㏈이나 차이가 났다.
대구백화점 앞 야외 상설무대 인근으로 가자 알아듣기 힘든 여성들의 목소리로 뒤죽박죽이었다. 밀집한 화장품매장 앞에서 내레이터 여성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쉴새없이 매장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확성기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면 청객행위로 간주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넘겨진다. 실제 경찰이 지난달 통신골목 일대를 대상으로 청객행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17명이 즉결심판에 회부됐다. 호주 출신인 리아 브로드비(29·여)씨는 "호주에서는 물론이고 전세계를 다녀봐도 도심에서 이 정도 소음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빨리 떠나고 싶을 정도로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단속이 안 된다
업소들이 경쟁적으로 소음을 쏟아내도 단속은 겉돌고 있다. 법 규정이 애매해 단속이 여의치 않기 때문. 생활소음 규제기준보다 시끄러운 소음을 낼 경우 10만~5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 소음이 합쳐질 경우 다른 상점들의 확성기를 모두 끈 뒤 해당 업소만 측정을 하도록 돼 있어 동성로에서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행정처분 대신 의례적인 행정지도를 하는 게 전부다.
중구청 관계자는 "상업지역이고 원래 시끄럽다는 인식이 있어 시민들의 불만은 크지 않다"면서 "1년에 한두 차례 행정지도를 하거나 공문을 보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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