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부부들 '4주후愛' 재발견

숙려기간제 도입 5년, 이혼율 계속 감소

결혼생활 18년째인 A(43·여)씨는 최근 이혼을 결심하다 마음을 되돌렸다. A씨는 그동안 가정일을 내팽개친데다 2년 전부터 직장도 없이 놀고 있는 남편 때문에 병까지 얻어 이혼을 고민했다. 하지만 A씨는 아이들의 미래와 남편의 반성을 믿기로 했다.

급증하던 이혼이 최근 5년 새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구와 경북에서 연(緣)을 끊은 부부는 모두 1만292쌍. 여전히 많은 수이지만 대구는 전년에 비해 325건(6.1%), 경북은 284건(5.1%)이 감소했다. 이혼 건수는 2003년을 정점으로 전국적으로 매년 줄고 있다.

◆이혼숙려제가 이혼 줄여=지난해 대구의 이혼 건수는 5천5건. 카드대란에 따른 가정 파탄으로 지난 2003년 8천581건이던 대구의 이혼 건수는 해마다 줄어 5년 만에 3천576건(41.7%) 감소했다. 경북도 지난해 5천287건의 이혼이 발생했지만 해마다 감소추세다.

전국적인 이혼 감소추세는 2005년부터 시행된 이혼숙려기간제(전면 도입은 2008년 6월)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이혼숙려기간제는 부부가 협의이혼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자녀가 있을 경우 3개월, 없으면 1개월 동안 이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제도다. 실제로 판사 앞에서 이혼 확인만 받는 협의이혼 사례는 대구의 경우 지난해 전체 이혼의 74.5%로, 2005년 86.2%에 비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 유연희 소장은 "자녀 양육문제 등을 감안해 이혼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이혼숙려제도가 전국 법원에 확대 실시됨에 따라 충동 이혼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재판이혼은 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이혼 후 자녀양육과 재산분할 등을 놓고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함께한 세월은 문제 안 돼=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부부의 '황혼이혼'은 되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20년 이상 부부 1천162쌍이 대구에서 갈라섰는데 2005년 전체 이혼의 20.4%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23.2%로 높아졌다. 10년 전인 1998년 12.9%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황혼이혼'은 50세 이상의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이혼자 가운데 50세 이상 여성은 642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8.7%나 늘었다. 권미혜 변호사는 "동거기간이 긴 부부의 경우 여성 쪽에서 이혼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남편의 폭행과 폭언 등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자녀 생각에 참고 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단계에 이르자 남은 삶이라도 편히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동거기간별 이혼비율은 4년 이하 새내기 부부가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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