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역차별' 유탄 맞은 비운의 권재진 서울고검장

차기 검찰총장에 천성관(52·사시 22회) 서울중앙지검장이 내정된 가운데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워낙에 '깜짝 카드'였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마평에 올랐던 후보들보다 기수가 한참 아래여서 검찰 수뇌부의 대폭 물갈이 등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사 발표 직전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권재진(56·사시 20회) 서울고검장이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천 내정자보다 사법시험 2기수 선배인데다 뛰어난 친화력과 사안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이 돋보여 차기 총장감으로 계속 꼽혀왔다. 권 고검장의 차기 검찰총장설을 갖고 '4대 권력기관 TK 독식'이란 견제구가 일찌감치 나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인사 발표 몇 시간 전에 검찰 고위 간부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권 고검장이 총장에 내정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다"며 "발표만 앞두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부터 천 내정자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천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는 것. 청와대 한 관계자는 "6월 12일쯤 권 고검장과 천 내정자 등 다수의 후보에게 인사검증동의서를 보내 서명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천 내정자가 추천됐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천 내정자가 2006년 울산지검장을 지낼 당시 울산대 총장이던 정정길 대통령실장과의 인연에 따라 정 실장의 추천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실장과 천 내정자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 실장이 취임한 후 천 내정자와 만남은 물론 전화 통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권 고검장이 차기 총장 1순위로 막판까지 거론되다가 최종 낙점을 받지 못한 것은 'TK이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권 고검장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경북고 후배여서 검찰 핵심이 TK에 너무 쏠린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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