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일 많은데…경북의원들은 감투싸움

국책 사업에서 늘 소외됐던 대구경북이 모처럼 호기를 맞아 지역 발전을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마당에 국회는 장기 공전하고 있고, 대구경북 의원들은 시·도당위원장 감투 싸움으로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경북도당위원장 자리가 문제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인기 의원(고령·성주·칠곡)과 중재에 나섰던 최경환 의원(경산·청도)이 감정 다툼에 이어 법적 공방으로까지 치달을 조짐이다. 당이 쇄신과 화합을 부르짖고 있지만 경북 의원들은 서로가 적이 돼 삿대질을 하고 있는 꼴이다.

경북도당위원장은 애초 재선인 김태환 의원(구미을)이 맡을 것으로 점쳐졌다. 정희수 도당위원장을 이을 의원으로 선수(選數)와 연령 등 조건에 들어맞아서다.

그런데 3선인 이 의원이 느닷없이(?) 나섰다. 그는 자신의 뜻에 대한 경북 의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인지 '그럼 경선하자'고 했다.

친박근혜계인 김-이 두 의원의 합의가 좀체 이뤄지지 않자 같은 친박인 최 의원이 중재에 나섰다. 최 의원은 김 의원이 맡는 게 순리이고, 박근혜 전 대표도 같은 뜻이라는 취지로 이 의원의 양보를 종용했다. 이 의원은 이를 '(출마 포기) 강요와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이 의원은 "최 의원이 특정 의원을 도당위원장으로 몰아가는 표현을 했다"며 "반 협박으로 느꼈으며, 국회의원 9년 하면서 굉장히 모욕적이었다"고 했다. 최 의원이 '박 대표의 얼굴을 팔아 당선됐다'고 발언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해 이 의원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며 최 의원의 공식 사과와 언론의 정정보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의원들끼리 자리를 두고 경선하기보다는 합의하는 것이 맞다며 중재에 나섰다 봉변(?)을 당하고 있는 최 의원도 답답한 모습이다. 이 의원 측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음에도 이 의원의 노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강력 반발에 최 의원도 화가 났다. 최 의원 측은 "최 의원이 해명을 위해 4번이나 전화했으나 받지도 않았다"며 "3선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지역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감정 싸움이 점입가경이자 정희수 도당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 '미니 경선' 등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이 의원이 이 또한 거부했다. 미니 경선에서는 불리하나 당원들을 상대로 한 '확대 경선'에서는 자신있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경북 의원들은 24일 여의도에서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김성조 의원을 축하하기 위한 오찬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이 의원의 뜻이 워낙 강하고, 감정의 골도 깊어 '자리 조율'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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