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신권이 첫 유통된 23일, 신권과 관련한 크고 작은 해프닝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일련번호가 좋은 신권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은행 앞에서 줄을 섰고 편의점, 상점 등은 거스럼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5만원권 지폐가 5천원권 지폐와 크기와 색깔이 비슷해 손해를 봤다는 시민도 있었다.
◆은행마다 북새통
1973년 1만원권 발행 이후 첫 고액권 발행이어서 은행 영업창구는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23일 오전 8시 10분쯤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선 개점 전부터 시민 20여명이 줄을 서 기다렸다. 1시간을 기다려 10만원권 수표 두 장을 5만원권으로 바꿨다는 직장인 김주연(37)씨는 "은행 본점에 오면 좋은 번호를 받지 않을까 해서 아침 일찍부터 기다렸다"고 했다. 주부 이인혜(41) 씨는 "출시 첫날 받은 빳빳한 새 지폐를 지갑에 넣고 다니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신권 발행에 맞춰 남편에게 선물할 새 지갑도 샀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오전 9시 은행 문을 열자마자 신권을 바꾸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은행 창구마다 10여명씩 길게 줄을 섰다. 은행마다 5만원권 현금인출기(ATM)가 한대뿐인데다 일부 지점에는 아예 없는 곳도 있었기 때문. 은행 관계자는 "신권을 구하려는 고객들로 평소보다 방문객 수가 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1만원=귀하신 몸?
대구 중구 동인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2)씨는 5만원권 지폐가 시중에 풀린 첫날이 짜증스러웠다. 이씨는 "몇천원 짜리 물건을 구입하고 5만원권 지폐를 내는 손님들이 많아 오전 한나절 동안 1만원권 지폐가 부족할 정도였다"며 "편의점이 환전소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5만원권 지폐 등장과 함께 1만원권 지폐가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편의점, 상점 등에서 거스럼돈으로 쓸 1만원권 지폐 확보에 나선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에게도 5만원권 지폐는 애물단지다. 택시기사 이모(45)씨는 "5만원권 출시 첫날부터 일부 손님들이 5만원권 지폐를 내밀었다. 요금으로 받은 5만원권 지폐를 은행에 들러 1만원권 지폐로 교환해야 했다"고 했다.
◆모자지간 구별 조심하세요
주부 이모(39)씨는 이날 하루 5만원권 지폐 때문에 웃고 울었다. 오전 일찍부터 은행에 들러 신권 3장을 바꾼 뒤 평소 아끼던 책에 한 장, 나머지 두 장을 지갑에 넣고 다니다 택시비로 잘못 지불했던 것. 이씨는 "5천원권과 5만원권 지폐 크기와 색깔이 비슷해 앞자리 '5'자만 보고 무심코 돈을 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씨처럼 5만원권(신사임당) 지폐를 5천원권(율곡 이이) 지폐로 잘못 보고 돈을 내 피해를 본 이들도 나왔다.
시각장애인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 김모(47)씨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은행을 찾았다. 새로 나온 5만원권 지폐와 1만원권 지폐를 만져보고 구별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시각장애인들은 눈 대신 지폐의 촉감으로 다른 지폐와 구별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돈을 만져보고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시각장애인협회 사무실에는 지폐 구별법을 배우려는 시각장애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 박은희 주임은 "이전 1만원권과 1천원권 지폐의 크기가 줄었을 때도 시각장애인들이 지폐를 잘 구별하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있다"며 "새로 나온 신권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이날 하루동안 14개 금융기관에 5만원 신권이 1천97억원어치 배포됐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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