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멸 나는 국회의원들 의사당 점거 농성

어제 오후부터 국회에서 또다시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5일 점거농성을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아수라장이 벌어졌던 본회의장 앞 바로 그 자리 바로 그 민주당 의원들이다. 국회 시계가 5개월 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6월 임시국회를 철회할 때까지 농성하겠다고 한다. 또 한 번의 난장판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의원들의 일터다. 매 짝수 달 1일에 자동으로 임시국회를 열도록 한 국회법도 그런 뜻이다. 국회의원이 일터에 들어가는 것은 국회법을 따질 것도 없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한나라당 단독 임시국회 소집은 의회민주주의 사망 선고이며 결국 일당 독재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국회를 가로막고 있다. 이런저런 등원 조건을 대며 지난 1일 열려야 할 6월 임시회를 거부해 온 태도를 계속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내건 국회 거부 이유는 귓등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대통령 사과 요구는 철 지난 조문정국을 어떡하든 이어서 재미를 보겠다는 그 이상도 아니다. 입법부가 국회 개원을 대통령과 연계 짓는 것이 3권분립의 제 모습인가. 새로 꺼내 든 미디어법만 해도 지난 1월에 이어 지난 3월 여야 간에 6월 임시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내용이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무효라고 생떼 쓰고 있는 것이다. 왔다갔다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법안의 논의 창구마저 틀어막는 것은 공당의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짓이다.

그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세균 대표에게 "왜 민주당은 국회법을 지키지 않느냐"고 한 질문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는 데 조건을 다는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 국회를 볼모로 하는 것은 국민을 볼모로 잡는 거나 마찬가지다. 당장 국회를 정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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