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AEGU 2011 세계육상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세계적 선수와 대결 기회…한국 육상 한단계 도약 발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한국 육상이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내 육상은 마라톤을 제외하고 올림픽이나 각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레슬링, 유도, 태권도, 양궁 등 전통적인 효자 종목에 비해 메달 획득에서 극도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2011 대회가 자칫 '남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11 대회를 맞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적인 대회를 국내에서 치르는 만큼 메달을 획득하거나 메달권에 근접한 성적을 거둬 체면치레라도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육상인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성적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경우 육상인들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육상연맹이 시도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경기력 향상 방안을 살펴본다.

◆우리 육상의 현주소=한국 육상은 2011 대회 전초전인 8월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20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세단뛰기와 멀리뛰기에서 모두 출전 자격을 얻은 김덕현을 고려하면 사실상 21명이다. 역대 가장 많은 선수단이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된 때문만이 아니다. 제도 변화의 도움도 컸다. 세계선수권대회는 A기준과 B기준에 따라 출전권이 주어진다. 예전에는 A기준 선수가 없을 경우에만 B기준 선수 1명에 대해 출전권이 주어졌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A기준 2명과 B기준 1명에게 동시에 출전권이 주어진다. 한국이 얻은 21개의 출전권 가운데 A기준은 15명. B기준은 6명이다. 대한육상연맹 서상필 총무이사는 "2년 뒤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이번 베를린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이 출전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육상은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 시범 종목인 남자 마라톤 단체전 은메달을 딴 것이 세계선수권에서의 유일한 입상 기록일 정도로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적다. 이 때문에 2011 대회를 겨냥해 경기력 향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 왔다. 맞춤형 훈련과 외국인 코치 영입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육상연맹이 내놓은 비책 가운데 하나다.

◆'히딩크 프로젝트'와 맞춤형 훈련=대한육상연맹은 2011 대회를 겨냥해 이중 관리 시스템을 채택했다. 기록이 좋은 몇몇 선수들은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보내고, 전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종목에서는 능력 있는 외국인 지도자들을 초빙하는 식이다.

'남자 110m허들의 간판' 이정준(25)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슐라비스타 훈련센터에서 2011 대회까지 훈련을 하기로 했다. 슐라비스타는 미국 대표 선수들의 훈련 장소이다. '한국의 미녀 새' 임은지(20)는 7월 초부터 8월 베를린 대회까지 이탈리아 포미아에 위치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ATC훈련센터에서 세계적인 장대높이뛰기 지도자인 비탈리 페트로프의 지도를 받기로 했다. 페트로프는 '인간 새' 세르게이 부브카(46)와 '원조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7)를 조련한 세계 육상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대한육상연맹은 또 최근 단거리와 높이뛰기 등 5개 종목에서 외국인 코치를 과감하게 영입했다. 단거리의 리오 알만도 브라운(55·자메이카), 허들의 타바소브 세르게이(47·러시아), 멀리뛰기·세단뛰기의 랜들 헌팅턴(55·미국), 높이뛰기의 버틸 링퀴스트(56·스웨덴), 경보의 데이비드 스미스(54·호주) 등이다. 이렇게 많은 외국 코치들을 한꺼번에 데려온 것은 처음이다. 대한육상연맹은 더불어 '거물급 총감독'까지 데려올 계획이다. 미국에서 여자 전담 코치도 영입할 방침이다. 이미 국내에서 활동 중인 창던지기 코치 카리 이하라이넨(55·핀란드)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총 8명으로 늘어난다. 마라톤에서는 '포스트 이봉주'로 기대되는 지영준의 훈련을 돕기 위해 외국인 마라토너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

정작 관심은 이들 외국인 코치들이 한국 육상을 어느 정도 발전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직 성과는 불확실하다. '외국인 코치=획기적인 경기력 향상'의 도식이 성립된다는 보증은 없다.

그러나 최근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4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멀리뛰기에서 정순옥이 2년 9개월 만에 한국 신기록(6m76)을 경신했고, 5일 김덕현이 남자 세단뛰기에서 2년 8개월 만에 한국 신기록(17m10)을 수립했다. 이들은 당시 3주 전에 입국한 헌팅턴 코치에게 집중 조련을 받았다. 두 선수는 "국내 코치들은 '이게 잘못됐다'고 지적하고도 정작 '어떻게 하라'는 처방을 내리지 못했는데 헌팅턴은 '이게 잘못됐으니 이렇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쳐 줘 기록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2011 대회를 겨냥한 꿈나무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육상연맹은 최근 전국적으로 유망한 초·중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단거리 22명, 중·장거리 19명, 도약 21명, 투척 18명 등 총 80명을 선발했다.

◆파격적인 포상금=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돈'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두둑한 돈다발이 동기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1억원, 은메달 5천만원, 동메달 2천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대표적인 육상 종목인 남자 100m와 남자 마라톤의 경우 2011 대회까지 한시적으로 성적에 따라 한국 신기록 1억원, 세계 신기록 10억원이 지급된다. 전례 없는 파격적인 포상금이다. 또 트랙과 필드에서 지난 10년간 한국 신기록이 나오지 않은 여자 400m 등 13종목에서 기록을 경신하면 1천만원을 지급한다. 또 남녀 200m, 여자 800m 등에서 20년 동안 묵은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면 1천500만원을 지급한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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