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이우학교 이야기'

이우학교, '다르게 배워야 다른 꿈을 꾼다'

정광필의 '이우학교 이야기'를 읽었다. 이우학교, 이미 들어본 분도 많을 것이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꽤 유명한 대안학교다. 이우학교를 설립한 정광필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사회'로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고 사회운동으로 청년기를 보냈고, 1996년부터는 관심의 범위를 교육으로 집약해 '이우교육공동체'와 함께 이우학교를 설립하였다. 2003년 이우학교 개교 이후 지금까지 교장으로 있다. 그는 교육의 주된 화두가 성적'입시'경쟁인 이 시대에 '배움이란 무엇인가? 아이의 성장이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인가?'를 조곤조곤 짚어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온 나라의 아이들이 수능이라는 단 하나의 골인지점을 향하여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교육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배움과 성장, 학교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참 낯설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햇볕과 바람과 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너무 세상 모르는 말이라고 구박당할 것 같은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참 더디고 힘들지만 소중하다.

이우학교는 어떤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일까?

어렵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공부라는 것을 깨닫는, 친구 몸의 겉넓이를 구하는 수학시간, 리듬을 몸으로 표현하는 음악시간,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농사시간, 질문이 쏟아지는 세계사시간, 사유여행 철학시간. 산만한 남학생들에게 국어시간, 특히 글쓰기 시간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특히 중학교 2학년은 사춘기가 가장 심한 학년으로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마음을 열고 나누어야 하는 글쓰기 수업에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우학교의 중학교 국어수업은 5분 글쓰기로 시작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시간에 낙서와 만화로 공책을 채우는 남학생들이 많았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아무 글도 쓰지 않던 아이들이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친구들이 쓴 글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도 말하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글을 통해 삶을 나누다 보니 서로에게 관심이 생기고 마음이 열리면서 정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런 눈부신 변화를 남학생들 글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모둠끼리 과제를 수행하는 방과 후 활동, 대학 진학 선배들이 가르치는 선배특강, 봄'가을마다 진행하는 농촌봉사활동, 한여름 밤의 발표회, 아시아로의 체험여행 등 이우학교의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 교복'교가'교훈, 그리고 교문이 없는 학교이고, 규칙은 학생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성적이 아니라 학부모의 자기소개서와 아이의 자기소개서로 학생을 선발하고, 죽은 지식인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 학부모가 함께 만든 교과과정 속에 살아있는 텍스트를 가지고 수업을 창조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과 함께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다양한 체험활동과 교실 밖 세상 속으로 통합기행을 떠난다. 우열반'수준별 학습을 떠들어대는 지금의 교육 현실과는 거꾸로 서로 다른 수준의 아이들이 섞여 있는 4명의 모둠이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수업방식으로 아이들 전체 학력이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졸업생들은 한결같이 실력만큼이나 자기 표현력과 자아존중감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선 '사교육 포기 각서'를 써야 한다. 10여 개 학부모 동아리는 '절찬 상영 중'이고, 2006년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독서 동아리 '200클럽'을 발족했다. 학부모 카페는 항상 와글와글이다. 이우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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