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輿論과 미디어

사회나 국가의 議題(의제)에 대한 대중의 공통된 의견, 또는 사회적 합의인 여론 형성 과정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여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 양식과 책임 있는 다수 시민들의 판단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중에는 소수의 의견이 대중 여론을 지배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것 또한 여론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근거는 독일 정치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의 '사회적인 고립감을 두려워하는 대중'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녀에 따르면 개인 간이나 사회의 公論(공론)의 장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지배적일 때는 자유롭게 그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한다. 반면에 자신이 그와 다른 견해를 지녔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을 땐 침묵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만일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신감에 찬 의견을 마구 쏟아 내는 한편, 소심해서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꾸 늘어나게 된다면 후자의 견해는 실제 숫자에 비해 여론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드러난 소수의 지배적 견해가 일으킨 사회적인 소용돌이 때문에 어쩌면 다수의 견해일 수도 있는 여론을 덮어 버리는 '침묵의 螺線(나선) 이론'이 나온 배경이다. 한 사회의 여론 형성 과정에서 침묵의 나선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인 양, 반대로 다수 의견이 소수 의견인 양 잘못 인식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대중은 多元的 無知(다원적 무지)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파국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 매스미디어다. 요즘 사람들은 사생활 밖에서 일어나는 뉴스나 사건을 알기 위해 전적으로 매스미디어에 의존하고 있다. 어디에나 존재하며 대중의 눈과 귀 역할을 하고 독점적인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은 어떤 시스템보다 강력하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광우병과 관련해 왜곡되고 과장된 일방적 주장을 편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이나 노회한 여성 연예인과의 인터뷰에서 "대마초는 마약이 아닌 한약"이라는 내용을 그대로 내보낸 무책임성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말은 할수록 점점 거칠어지는 법이다. 매스미디어의 이슈 선택과 점검 기능(Gate Keeping)은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문기 교정부 차장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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