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성촌] 성주 수륜면 남은1리 영천 최씨 법산마을

430년 전통이 말하는 '孝란 이런 것'

마을 남쪽을 가로 흐르는 대가천 냇물 건너 성주와 고령을 잇는 33번 국도가 나있고 오암서원 앞 제방이 성주와 고령을 경계로 하고 있다. 동쪽 멀리 이봉산(伊鳳山)이 노적가리 모습을 하고 별뫼산(星山)은 호랑이가 파수 보듯이 엎드려 있다. 서쪽 멀리는 가야산이 병풍을 쳐놓은 듯 우람한데 남쪽 자라산은 덕은산성에서 완만히 내려 기암절경에 오암서원이 우뚝서고 북에서 감토봉이 내려 뻗은 끝자락인 진수봉이 나래를 펴 홀로 법산마을을 아늑하게 감싸 안고 있다.

수도산과 가야산이 함께 발원하여 넉넉하게 내려준 젖줄 대가천은 물론 무흘구곡을 지나 오암 끝자락을 구비치며 흘러내려 마을 앞 넓은 들녘을 일구어 주니 아늑하고 풍요로움과 생활터전으로서의 풍광이 뛰어나다. 얼핏 보아도 동서남북으로 병풍을 쳐 놓은 듯한 산세와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옛집들이 예사스럽지 않다. 뒷산이 법률 '령(令)'자와 같이 생겼다 하여 그 뜻을 따 마을 이름을 '법산'이라 하고, 또한 마을 동쪽편 별뫼산이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 호랑이는 기(氣)를 눌러야 하므로 호랑이는 그 잡는 틀을 두려워 하니 호외법기(虎畏法機)의 법(法)자를 따서 '법산'이라 했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 들녘 한가운데로 시원하게 뚫린 길을 따라 들어가니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의 분주한 모습과 전형적인 우리네 농촌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최수철(61) 이장이 동네 어귀 경로당으로 안내했다. 경로당 정면 벽에는 영천 최씨 유래와 종친회 활동 등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다. 법산마을은 죽헌(竹軒) 최항경(崔恒慶) 선생이 경기도 고양 원당에서 세거하다 선조 8년(1575년) 16세 때 선대인이 가을에 성묘차 남행했다가 선영 아래 성주 수륜면 남은2리 작천전사에서 세상을 뜨자 선생은 이곳에서 어린 몸으로 3년상을 마치고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다 뜻한 바가 있어 그만두고 오히려 작천전사로 이사, 정착했다고 한다. 이로써 자자손손 430여년을 이어오며 지금도 100여가구가 벼와 참외 농사를 하며 살고 있다.

이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효(孝)'다. 이 마을에 시집온 안동 권씨 며느리가 불치의 병에 걸린 시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내 봉양해 시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고 자신을 버렸다는 살신성인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성주군수의 효부상, 대구 보화원의 효행표창 등 그동안 법산마을에서 배출된 효부만도 8명(월막댁'올바데댁'사도실댁'양전댁'성천댁'관동댁'마천댁'토실댁)이나 된다고 최 이장은 귀띔했다. 또한 살신성인한 효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숭효원(崇孝苑)을 지어 후세의 귀감으로 삼고 있다. 숭효원에 들어서니 먼저 상효당(尙孝堂)이 눈에 들어온다. 상효당은 살신성효(殺身成孝)의 정신을 기리는 상징적인 구조물로서 특수 구조인 목조 한옥으로 6칸 큰 마루에 '효'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기와지붕으로 건립돼 있다. 효부정려각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숭효원 옆쪽엔 8척 크기의 '최효부 안동 권씨 여표비'를 세워 살신성효한 며느리의 숭고한 행적을 담고 있다. 또한 마을 한가운데엔 5칸 한옥 목조로 건립한 '효부의 집'을 세워 후세들의 산교육장으로 삼고 있다.

영천 최씨는 '효'의 상징일 뿐 아니라 400여년을 이어 유가의 전통을 지켜온 만큼 수많은 인재가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인물은 화약을 발명해 진포대첩을 대승으로 이끈 최무선 장군을 꼽을 수 있다. 진포대첩은 왜구가 금강 하구 진포(지금의 군산, 1380년 우왕8년)에 대거 침입했을 때 화약과 손수 제작한 화포전함 100여척으로 왜구의 선박 500여척을 전멸시킨 해전을 말한다.

이 해전은 세계 해전사상 최초의 함포전으로 서양보다 200년 앞선다. 그 외 문무급제자 22명, 생진급제자 19명 등 유학자와 효행자가 줄을 잇고 있다. 현세에 와서는 최규동 초대 서울대 총장, 최열곤 전 서울시교육감, 최달곤 영진전문대학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에다 성공한 기업인으로 최창곤'최철수, 법조인으로 최주곤'최석완, 의료인으로 최성구'최형곤씨 등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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