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라는 말은 꼭 이정현(29)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매 앨범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그녀는 이번에 중세의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로 변신해 새 앨범 '에이바홀릭'(Avaholic) 재킷 속에 등장했다.
그뿐 아니다. 여러 댄서들과 꾸미는 타이틀곡 '크레이지'(Crazy)의 무대는 강렬하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또 다른 수록곡 '보그잇걸'(Vogue it girl) 무대는 더 화려하다. 매번 다른 유명 영화를 패러디해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는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볼거리를 안겼다. 마론 인형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클레오파트라가 되기도 했다. 데뷔곡 '와'를 부를 때에는 부채 퍼포먼스로 단박에 가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 무대에서 캐릭터를 보여 드리는 게 좋아요. 즐거운 자극이 되죠. 제 자신에게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시간이 되고요. 매니저와 스태프들은 제가 매번 다른 무대를 꾸미는 바람에 소품 준비에 힘이 든다지만 저는 너무 즐거워요."
이번 앨범에는 힙합과 댄스, 왈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겼다. 이효리의 '유 고 걸'(U-go-girl) 등을 작곡한 '이트라이브'를 비롯해 윤일상 이민수 등 히트곡 제조기들이 앨범에 참여했다.
"유행하는 후크송(후렴구가 반복되는 중독성 강한 노래)을 갖고 나오면 조금 더 쉽게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런데 여러 가요계 후배들이 잘하고 있는 음악을 저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해봐야 유행에 묻혀 버릴 것 같았고요. 그래서 파격적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습니다. 힙합에 록의 요소가 가미된 '크레이지'가 대표적인 노래죠."
이정현은 이 노래 뮤직비디오 촬영과 안무 구성, 재킷 촬영 등을 모두 미국에서 했다. "세계 최고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크레이지'의 뮤직비디오 안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팝스타의 안무를 맡았던 브라이언 프리드만이 짰다. 400명이 넘는 미국의 댄서들이 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이정현은 그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별해 함께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다. "미국에서의 작업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고 즐거움을 전하는 이정현이다.
그는 2006년에 앨범을 발표하긴 했지만 타이틀곡 '철수야 사랑해'의 활동을 고작 한달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이번 앨범 발표는 근 5년 만의 정식 활동이다. 이정현은 "중국 활동을 하다가 한국 활동이 많이 늦어졌다. 너무 한국에 오고 싶었다"며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이정현은 이번 앨범을 내면서 소속사 '에이바 필름 앤 엔터테인먼트'를 직접 차렸다. 자신의 미국 이름인 '에이바'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어서 제 회사를 가진 게 좋죠. 제가 아티스트로서 대중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을 마음 편하게 보여 주고 싶어요. 다행히 과거에 함께 하던 매니저들이 도움을 주셔서 잘 꾸려 나가고 있어요."
오랜만에 한국 활동에 돌입한 이정현은 요즘 너무나 할 일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그간의 얘기도 전해야 하고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려한 무대도 보여 줘야 한다. 또 시간이 되면 중국'일본팬들과도 만나야 한다. 바쁘게 활동을 하느라 살이 3kg이나 빠졌단다. 피곤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바쁘긴 하지만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만나서 너무 기쁘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정현은 얼마 전 홍콩 금융맨과의 열애 사실이 공개돼 세인의 부러움을 샀다.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보자 "너무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며 흐뭇한 표정이다.
1999년 데뷔한 이래 스캔들 한번 없이 활동했던 이정현. 그의 열애 사실에 팬들은 아쉬움과 함께 반가움을 전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했듯, 그는 많은 남자 연예인들로부터 대시를 받았다. 그러나 한번도 공식적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는데 당시엔 회사의 감시가 심했어요. 또 친언니가 항상 함께 다녔기 때문에 연애를 하기란 더더욱 힘들었죠. 한창이던 나이에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전 항상 남자에게 바보같이 당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남자친구를 만날 때에도 정말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그 결과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요."
한국나이로 서른. 결혼 생각은 없을까. 이정현은 이 질문에 단호하게 '노우'(No)라고 답했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게 그의 답이다. 올해는 가수 데뷔 1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도 할 생각이고, 내년쯤에는 영화를 통해 연기자 활동도 재개할 계획이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팬들을 외면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너무나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노래고 연기죠.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전에는 연예인 활동을 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이게 제 천직이에요."
무대와 카메라, 팬들을 너무 사랑하는 이정현. 아직 그에겐 보여 줘야 하는 모습이 한참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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