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으뜸 고을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다. 속된 말로 모르면 간첩일 만큼 유명하다. 삼백은 쌀, 곶감, 누에고치를 말한다. 모두가 흰색을 띠고 있어 공교롭게도 백의민족인 우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이제 삼백을 통해 상주를 제대로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상주는 고대 읍성국가인 함창 고령가야국과 사벌국이 존재했다. 농사를 지을 인구가 많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논농사의 절대적인 요건인 풍부한 물과 땅을 가졌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상주 공검지(일명 공갈못)는 김제의 벽골제, 제천의 의림지와 함께 당시 전국 3대 못이었다. 삼한시대부터 논농사의 기반인 물을 가졌고, 이는 주변에 드넓은 곡창시대를 형성했다. 지금도 낙동강을 비롯해 함창에 이안천과 영강, 상주시내에는 남천과 북천, 상주 서부에는 중모천, 동부에는 장천과 위천이 광활한 들과 어우러져 상주가 쌀의 고장임을 알리고 있다. 상주는 현재 전국의 각종 쌀 품질 평가에서 상을 휩쓸 만큼 쌀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감을 수확해 껍질을 벗기고 말리면 표면에 하얀가루가 생기는데 한자로 시설(枾雪)이다. 이 시설이 생긴 것을 곶감이라고 한다. 상주의 곶감은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공식통계에 잡힌 수치이며 실제 상주 사람들도 상주에서 곶감이 어느 정도 거래되는지 모를 만큼 곶감 철에 시 전체가 온통 주홍빛을 띤다고 한다. 상주는 곶감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과 건강보조식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곶감 업그레이드가 시작된 것이다.
감나무에 담긴 의미를 알면 영남 으뜸 고을 상주를 더 잘 이해할 것 같다. 감나무는 그 목재가 단단해 화살촉으로 사용돼 무(武)를 상징하며 겉과 속이 같아 충(忠)의 뜻도 가졌다. 홍시는 이빨이 없는 노인도 먹을 수 있어 바로 효(孝)이며 늦가을 서리를 이기고 오래도록 매달려 있으니 절(節)이 있다고 여겼다.
상주는 양잠(養蠶)의 고장이다. 경북대 상주캠퍼스의 전신인 상주농잠학교는 1921년에 설립돼 '농잠'으로서 한국 최초의 학교였다. 상주가 양잠의 고장임을 확인시켜 주는 예라 하겠다. 상주는 1970년대만 해도 전국 제1의 누에고치 생산지였으나 지금은 양잠농가가 급감했다. 이제 상주는 양잠보다는 어린 누에 상품화를 통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종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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