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금왕 출신으로 올해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배상문을 두고 서로서로 내가 키웠다고들 한다. 배상문을 가르친 코치들이 어릴 때부터 따지면 줄잡아 5~6명 이상은 될 것이고,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 가르친 코치들을 따지면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은 기술만 가르친 것이지, 정작 안시현을 키운 J프로처럼 자기 자식에게 하듯이 본인이 경비를 지급해 가면서 키운 경우는 없다. 금전을 받고 기술만 가르쳤지, 인격을 가르치고 인생을 배우게 한 일들은 별로 없다. 무명 시절 후원회를 만들어 십시일반 도움을 준 고마운 분들도 많았다.
배상문을 키운 사람은 바로 어머니이다.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키워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상문이 중학교 2학년 때 도고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의 연습 그린에서 제대로 못한다고 머리를 쥐어박고 귀를 아프도록 당겨도 웃으며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연습을 계속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국 투어에서 최고 장타를 치고 미국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대현도 어려운 형편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써가면서 키워낸 사람이 아버지와 은사였다. 고교 때 제주도에 시합을 가야 하는데 아버지 통장에는 마이너스 천만원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 시합 경비가 없어 쩔쩔매고 있을 때 지금은 퇴임하신 경신고 감독 선생님이 500만원을 지원해준 덕분에 준우승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박봉인 선생님의 월급으로 500만원이란 큰 돈을 선뜻 내주어 지금의 김대현을 키우는데 일조할 수 있었다.
박세리를 키운 사람은 아버지다. 남에게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 돈까지 빌려가며 키워 동양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다. 물론 박세리의 기술을 출중하게 키워낸 사람은 데이비드 레드베터였다.
재능은 있는데 형편이 어려워 골프를 포기하는 주니어 선수들을 볼 때 현장의 코치들은 이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도예가가 청자를 빚을 때 쓰이는 재료들이 하나하나 다 중요하듯이 훌륭한 선수를 키우려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에만 가능하다. 썩는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선수를 키우는 마음이 중요하다. 과거에 가르쳤던 선수가 조금만 잘하면 그저 자기가 가르쳤다고 떠들고 다니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선수 스스로 마음으로 존경하는 스승의 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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