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태어난 곳은 특별하다. 나라의 지도자를 배출한 곳인 만큼 수많은 이들이 찾게 마련이다. 치적과 인품을 흠모하는 이들부터 풍수지리학자, 좋은 기를 받겠다는 사람, 관광겸 호기심으로 찾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곳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몰려드는 만큼 돈을 쓰고, 지역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생가가 있는 지역은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엿보였다. 그렇다고 모든 생가 일대가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재임 기간 중에는 외려 여론을 의식,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곳도 있었다.
전·현직 대통령 중 국내에 생가가 없는 이는 북한 태생의 이승만 전 대통령뿐.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퇴임 뒤 고향에 정착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 마을에는 지금도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다. 경제성장기 '보릿고개'를 넘겼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에는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했다.
생가 마을과 지역의 변화상도 눈길을 모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은 현재 대규모 공원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은 친환경 '웰빙마을'로 변신 중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는 지역 여건과 특성상 20~30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개발과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 지역의 상징처럼 받들어지고 있는 대통령 생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7명의 전현직 대통령 생가를 찾아 변화상을 살펴봤다.
◆북적이는 곳, 썰렁한 곳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이 중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유일하게 고향으로 향했던 전직 대통령인데다, 서거에 대한 추모열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서거하기 전까지 이곳을 찾은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한 말씀'을 듣기 위해서 몰렸다.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또 한 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특히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생가 방문객 수는 1997년 한 해 동안 10만명을 넘어선 뒤 1999년 18만7천여명, 지난해엔 48만5천여명으로 급증했다.
현직인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객들은 주로 버스를 대절해 오는 단체 방문객. 주민들은 "많을 때는 휴일 하루 1천명 이상이 다녀간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에 들르는 관람객은 하루 200~300여명. 이들은 주로 거제도 관광객들의 일부다. 주말에는 이보다 배 이상 늘어난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에는 휴일을 제외하고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는 목포에서도 뱃길로 2시간 30분이 걸리고, 그나마 배편도 하루 2차례뿐이어서 찾는 이들이 크게 많지 않다.
◆변화의 모습
지금까지 대통령을 배출한 곳은 경북 구미, 경남 합천, 대구, 경남 거제, 전남 신안, 경남 김해, 경북 포항. 전남 신안을 제외하고 모두 경상도다. 대통령의 고향과 이를 둘러싼 지역은 어떻게 변했을까.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시는 'IMF도 피해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주변이 달라졌다.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라 할 정도로 개발이 한창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 도로, 새 건물이 들어서 발전속도가 상당하다.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시도 만만찮다. 매년 20%가 넘는 인구증가율로 현재 47만명을 넘어섰다. 도청소재지인 창원(50만명)을 위협할 정도.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간선도로 양 주변 일대에는 산업단지처럼 공장들이 즐비하고, 아파트들도 많이 들어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시 상모동 일대를 비롯해 구미 전체가 70년대 이후 상전벽해를 이뤘다. 박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논밭이었던 상모동 일대는 아파트와 고층건물로 빼곡하고, 인근에는 국가산업단지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 고향마을의 경우 재임 당시에 비해 변화가 거의 없다. 노 전 대통령 취임 몇해 전 진입로가 생긴 것 외에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산골동네의 모습이 변함없을 정도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 주변도 상황은 비슷하다. 생가가 있는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는 인근 지방도가 새로 생긴 것을 제외하고 재임 당시인 80년대 초반과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재임 당시 착공한 합천댐의 건설로 일대가 관광자원으로 개발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 마을인 전남 신안 하의도는 최근에야 '해안일주도로'라는 명목으로 길이 닦이고 있다. 일부 구간은 아직도 흙길이다. 주민들은 "힘든 시기에 대통령을 맡아 고향에 투자한 게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생가 주변 공원화 움직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는 올해부터 '노벨평화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김 전 대통령의 생가 일대에 85억여원을 들여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전망대 등을 갖춰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2013년이면 모습을 드러낼 대규모 공원화는 총 85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도 공원화로 가닥이 잡혔다. 구미시는 200여억원을 투입해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상모동 7만7천591㎡ 터에 대규모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해시는 165억원 가량을 투입해 봉하마을에 종합복지관, 정자, 생태연못, 생태체험장 등을 갖춘 '웰빙 생태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의 경우 대구 동구청이 기부채납을 받아 공원 조성 등 관광자원화하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병구·권성훈·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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