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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고향, 공원화… 관광자원화…" 앞다퉈 투자·개발

고향 개발·변화상 살펴보니

생가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 4촌 형수집
생가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 4촌 형수집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를 딴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를 딴 '일해공원'.

전직 대통령의 고향마을 상당수는 공원화 등을 통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다. 또 대통령 생가가 있는 주변 지역은 재임 당시 투자와 개발로 큰 변화를 나타냈다. 그러나 마을의 규모와 주변 여건에 따라 개발의 편차는 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 거제는 도시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다. 거제는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의 인구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고, 구미는 박 전 대통령이 육성했던 국가산업단지를 기반으로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 합천도 생가가 있는 마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재임시절 합천댐 건설로 읍내 전체로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등 발전양상이 뚜렷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전남 신안 하의도는 섬이란 한계 때문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향 마을 주변도 옛 모습 그대로이다.

◆관광자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는 1999년 생가를 복원한 뒤 꼭 10년 만인 올해부터 '노벨평화공원' 조성사업이 시작된다. 신안군이 공원화를 앞두고 현재 95% 정도 부지매입을 완료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김 전 대통령의 생가 일대에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전망대, 그리고 편의시설 등을 조성, 세계평화공원과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85억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부터 2013년까지 완료할 대규모 공사는 도비 60억원, 군비 25억7천만원이 들어간다. 5만1천220㎡ 면적에 태극광장, 휴게광장, 에코뮤지엄, 노벨미로공원, 평화의 문, 노벨평화관, 평화광장, 스토리보드, 노벨전망대, 송림욕장, 인동초마당, 생가터, 평화의 기둥, 숲속 산책로, 전통민박촌 등의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의도와 인접한 능산도, 하태도 등을 연결하는 연륙교 건설 계획이 실제 있긴 했지만 감감무소식. 주민들도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신안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길이 10.8㎞의 '새천년대교' 건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총 사업비 5천500억원이 전액 국비로 이뤄진다. 내년 6월 기본 설계 및 실시 설계가 완료돼 2018년 완공될 예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자발적 성격의 추모사업 추진이 가장 활발하다. 크게 ▷기념관 건립 ▷생가주변 공원화 ▷동상 건립 등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는 국고(208억원)와 국민모금(100억원) 등을 통해 서울 상암동에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구미시는 이와 별도로 200여억원을 투입해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상모동 7만7천591㎡ 터에 대규모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홍보영상관 건립을 위해 인근 주택 3채에 대한 철거 및 정비작업을 다음달 7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 추모관, 문화센터, 2천명 이상을 수용할 옥외광장, 시대촌(1920년대와 1970년대), 보릿고개 체험장 등 공원화 사업을 위해 해당 터에 문화재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미시 문화예술담당관실 관계자는 "문화재시굴조사와 실시설계를 완료한 뒤 빠르면 내년초에 착공, 3, 4년 안에 공원화사업을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미시새마을회는 지난 주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한 시민모금에 들어갔다. 새마을회는 모금목표액을 6억원으로 잡고 오는 10월 말까지 1차 모금을 벌일 예정이며, 동상건립 장소는 현 생가주변 공원화 사업부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고향인 대구시 동구 팔공산 자락에 순환도로를 냈다. 시민들의 팔공산 접근성을 크게 높였지만, 당시 환경파괴 논란도 빚어졌다. 대구 동구청이 최근 '생가주변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하려다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답보상태인 것을 제외하고, 고향 동네를 중심으로 한 팔공산 일대 큰 변화는 없는 셈이다.

◆주변이 들썩들썩

박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는 역대 대통령 고향 중 가장 크게 성장한 도시이다. 재임시절 구미산업단지를 대표적인 국가공단으로 자리매김해 놓았다. 연간 35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자리 잡은 것. 대기업 상당수가 들어서 경북 경제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경북지역 23개 시·군 중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도 변신하고, 김해시 전체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간선도로 양 주변 일대에는 산업단지처럼 공장들이 즐비하다. 2차로 도로가 4차로 도로로 확장됐으며 주변 아파트들도 많이 들어섰고, 건설중인 아파트들도 눈에 띈다.

옥영린(61·여·김해시 진영읍)씨는 "아무래도 노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당시에는 대통령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고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실제 김해시가 엄청난 발전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남도가 발표한 지역별 인구증감 추세에 따르면 20%가 넘는 인구증가율로 도내 1위를 차지했다. 현재 47만명을 넘어 경남 도청소재지 창원(50만명)을 위협할 정도이다.

김종간 김해시장은 "김해는 지난 10여년간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며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던 '가야고도 김해'가 명실상부한 역사문화 관광도시로 다시 태어나 경남의 중추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 거제시도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라 할 정도로 개발이 한창이다. 조선업 활황으로 거제시는 IMF도 피해간 도시라 불릴 정도. 특히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는 대통령 고향도시 발전의 획기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가대교는 YS생가가 위치한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와 인접한 유호리와 부산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를 잇게 된다. YS생가 역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제시 전체도 자고 일어나면 새 도로, 새 건물이 들어서 발전속도가 전국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예전 거제도 군 시절에 읍이었던 고현읍은 거제시청이 들어오고 도심으로 바뀌면서 촌동네 읍이 불야성 유흥가로 변신했다. 거제시 옥포, 장승포, 연초, 해금강 등도 곳곳이 개발 중이며 외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도 매년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인구 역시 지난해까지 17% 증가율을 보여 경남 내 3위로 20만명을 돌파했다.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울산, 구미, 포항, 창원 등과 함께 전국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거제시가 지역구인 윤영 의원은 "거제시의 눈부신 발전은 천혜의 관광자원과 조선산업의 발전 덕분"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고향인 합천의 경우 가장 큰 변화의 단초는 재임시절의 합천댐 건설이다. 비록 일제시대부터 계획돼 있었지만,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1984년 4월 본격 착공해 1988년 12월 준공했다. 다목적인 이 댐의 건설로 홍수조절, 수력발전은 물론 주변 휴양지,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 등 관광지로 변모했다. 2000년 경남도 밀레니엄 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합천읍 황강변 '새천년생명의 숲'은 합천군이 지난해 조례로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꿔놓았다. 합천의 댐건설과 도로정비는 전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최해영(53·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씨는 "합천군의 변화상은 댐건설이 이끌었다"고 했다. 김병구·권성훈·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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