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랜스포머2…'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 속설 깰까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이 무서운 속도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의식한 듯 철저한 볼거리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트랜스포머.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작품은 아니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제격을 갖춘 듯하다. 무더운 여름날, 아무런 생각없이 150분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다시 찾아온 인류의 위기

영화는 인류가 문명의 모습을 갖추기도 전인 오랜 옛날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훗날 인간들로부터 '트랜스포머'라 불리게 될 외계 생명체(로봇)가 어느 날 지구에 도착한다. 아직 변변한 무기조차 없는 인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인류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됐는지는 뒤로 미룬 채 영화는 다시 2009년으로 돌아온다. 전편 '트랜스포머1'의 주인공인 샘 윗위키(샤이어 라보프)는 대학에 진학한다. 짐을 꾸리던 샘은 전편에서 사라졌던 궁극의 에너지원 '큐브' 조각을 윗옷 주머니에서 발견하고, 이를 만지는 순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몸에 흐르면서 전에 없던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상형 문자처럼 생긴 이미지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 큐브 조각 덕분에 집안에 있는 가전 제품들은 온통 '트랜스포머'로 변신하게 되고 이들 때문에 집안은 온통 쑥대밭이 돼 버린다. 이런 와중에 샘은 애인인 미카엘라(메간 폭스)에게 큐브 조각을 남겨둔 채 대학으로 떠난다. 노란색 스포츠카 '범블비'와도 작별이다. 함께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샘의 말에 차고에 웅크린 채 눈물(?)을 떨구는 범블비. 한편 '옵티머스 프라임'을 주축으로 한 '오토봇' 군단은 인간과 함께 특수부대를 만들어 지구 곳곳에 숨어있는 악의 무리 '디셉티콘'을 찾아 섬멸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 전편에서 오토봇에 패했던 디셉티콘은 절치부심 복수를 꿈꾸고 있는데, 이런 중에 고대로부터 내려온 에너지원 '매트릭스'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다. 철저한 감시와 함께 심해에 가라앉아있던 디셉티콘 군단의 대장이 되살아나게 되고, 고대 로봇 '폴른'의 부활을 노리는 악의 군단은 세력을 점차 키워 나간다. 하지만 오토봇의 대장이자 인류를 구해 줄 가장 큰 희망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적들과의 전투에서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훨씬 세력이 커진 디셉티콘 군단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사라진 인류. 과연 샘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상형 문자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궁극의 컴퓨터 그래픽

외계 문명을 다룬 소설과 영화는 숱하게 많았지만, 그런 문명의 주인공인 인류가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형태를 갖는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게다가 생명을 가진 로봇이 인류의 생활 곳곳에서 자동차와 중장비, 비행기의 형태로 숨어 지낸다는 발상은 황당무계할 정도였다. 하지만 첨단 그래픽기법은 이런 황당함을 놀라움으로 바꾸었다. 2007년 전편에서 숨 쉴 사이도 없이 관객들을 몰아붙였던 '트랜스포머'는 2년 만에 훨씬 더 강력한 화면으로 무장한 채 돌아왔다. '패자의 역습'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몰락한 줄 알았던 디셉티콘 군단이 훨씬 더 강력하게 부활해서 인류를 위협한다. 아울러 전편에서 미흡했던 로봇 생명체와 지구와의 만남에 대한 설명도 담겨있다. 당초 이들은 태양과 같은 별을 파괴해서 궁극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 우주를 여행하며 적당한 별을 찾아 이를 파괴한 뒤 생명 에너지를 얻는 것. 하지만 이들에게도 중요한 원칙이 있었다. 바로 생명이 싹트고 있는 별은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들 중 누군가 이 원칙을 어기고 생명이 싹트는 지구의 태양을 파괴하려 했고, 이로 인한 갈등이 '트랜스포머2'의 주요 모티브가 됐다.

영화는 과연 컴퓨터 그래픽이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등장하는 영화지만, 아울러 문제 해결의 주요 열쇠를 인간에게 주고 있지만 결국 관객은 범블비의 애교와 위트에 웃음을 터뜨리고, 궁극의 전사 옵티머스 프라임의 박력과 부활에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다. 이들 앞에서 남녀 주인공의 역할은 조역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아울러 디셉티콘 군단의 비주얼은 눈부실 정도다. 대학에서 샘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정체는 바로 디셉티콘. 기다란 혀를 내밀어 샘의 목을 틀어쥘 때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은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 바닷가에서 뛰쳐나온 표범처럼 생긴 디셉티콘의 움직임은 현란했고, 사막에서 온갖 중장비들이 합체해 만들어진 거대한 로봇이 피라미드를 파괴하는 장면은 실제를 보는 듯 정교하고 섬세했다.

▨외화 중 첫 1천만 관객 동원 가능할까

일단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24일 개봉 첫날 전국 53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중 개봉일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이날 하루 동안 전국 983개 스크린에서 53만5천398명을 동원한 것. 2007년 5월 '스파이더맨3'이 세운 50만2천명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디워'(2007)가 47만명으로 최고 기록이며 '괴물'(2006, 45만명)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40만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1편은 전국 745만명을 동원한 바 있다. 올해 할리우드의 최대 기대작답게 제작비도 천문학적이다. 1편보다 5천만달러가 많은 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은 특수효과에 할애됐다. 전편에서 12대에 불과했던 로봇은 2편에서 60대가 등장한다. 동작은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변신 과정도 섬세해졌다.

다만 '트랜스포머2'를 보며 유의해야 할 점은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 왜냐하면 메시지 따위는 없으니까. 그저 2시간30분가량 웃고 놀라며 즐기면 그만이다. 철저한 오락영화의 속성에 충실한 작품이다. 스토리 전개는 다소 허술하다. 뜬금없는 전개가 펼쳐지지만 영화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저렇게 될까?'라는 의문을 품어도 안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든 영화니까. 위기가 닥치고 주인공은 헤쳐나가고, 마지막에 웃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식에 충실한 영화다.

게다가 벌써부터 '트랜스포머3'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트릴로지(trilogy·3부작)로 기획됐다. 실제로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는 이미 '트랜스포머3'의 제작을 확정한 상태이며, 마이클 베이 감독도 3편의 메가폰을 잡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개봉 시기는 2011, 2012년 즈음. 마지막 전투가 끝난 뒤 슬며시 도망친 디셉티콘의 대장. 3편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작품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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