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 갤러리) 호라시우스家 형제들의 맹세

남성적 취향 강조 … '여성적 로코코' 극복 의지

작가: 자크 루이 다비드(Jaques Louis David·1748-1825)

제작연도: 1784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330×427cm

소재지: 루브르미술관(프랑스 파리)

유럽미술에 있어서의 그리스·로마에 대한 존경과 동경은 르네상스 이래의 전통이다. 17세기의 바로크미술이나, 18세기의 로코코미술에 있어서도 꾸준했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로코코의 우아하고도 향락적인 취미가 퇴색해 그 예술적 감동을 잃어가자 이에 대한 반발로 고전주의가 다시 부활했다.

미술사에서는 이를 르네상스나 17세기 푸생(Poussin)류의 화풍과 구별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신고전주의라고 부른다. 신고전주의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두에 걸쳐 건축·조각·회화·공예의 각 장르에 있어 서유럽 전체를 풍미한 예술형식으로서 고전과 고대의 부활을 목표로 한다. 고고학적 정확성과 합리주의적 미학을 기반으로 고대적 모티프의 사용과 차갑고도 완성된 표현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인 다비드가 그린 거대한 규모의 이 그림은 신고전주의와 다비드의 전형적인 요소를 거의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우선 그림을 매개로 대중을 교육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렇다.

고전적인 주제를 표현과 동작을 강조하는 다분히 연극적인 기법을 이용해 묘사함으로써 국민으로서의 갖추어야 할 덕목에 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 등도 그렇다. 여기에다가 엄격하고 윤리적이며 남성적인 취향을 강조함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우아하고 관능적이며 여성적인 취향의 로코코미술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엿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조국 로마를 구한 호라시우스家 세 형제의 결투에 관한 전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오랜 전투에 지친 로마는 각각 세 명의 전사를 택해 그 결투의 결과로 승패를 결정짓자고 적국과 합의를 하고 호라시우스가의 세 형제를 선발한다.

세 아들들은 떠나기 전 아버지에게 칼을 받으면서 승리의 다짐을 하고 있고, 그 오른편에는 남겨진 가족들의 고민과 고통이 그려져 있는데, 이 중에 한 형제의 아내는 적국의 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그림은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일종의 '프로파간다'라고 할 수 있다.

화면은 소실점이 중앙에 위치한 선원근법을 골격으로 삼아 엄격하고 남성적인 도리아식 건축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중앙의 아버지를 축으로 좌우로 배치한 인물들을 이용한 내용의 전개가 화폭 안에서 완결되는 이른바 '닫힌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색채보다는 데생이 주 표현수단이 되고 있으며, 게다가 고유색만을 인정해 한 사물에서 색상의 변화 없이 다만 명암의 변화만 묘사하는 등 이 작품은 고전주의의 전형적인 조형원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고전주의 회화의 조형원리는 화면에서의 균형, 그 중에서도 특히 대칭적 균형을 요구하는데 비해 이 작품에서는 오른쪽 여자들이 차지하는 무게감이 왼쪽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작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낄 수 있는 이러한 불균형을 이용하여 관객의 시선을 끈 다음 전쟁이 가져다준 사적인 비극에 낙담하고 슬퍼하는 여자들을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남성들과 대조시킴으로써 '모든 것에 우선하는 애국심'이라는 명백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권기준(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