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고아면에 사는 한 할머니가 아프리카 난민 돕기에 써 달라며 1억원을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기탁했다. 이현숙(세례명 안젤리까·68)씨는 1960년 꽃다운 나이에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얻어 등이 굽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1963년 귀국한 뒤부터 지금까지 불편한 몸으로 살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씨는 1976년 남편 박만복(베드로·61)씨와 결혼한 뒤 지금까지 모은 돈을 내놓았다.
조환길(타대오) 총대리 주교를 만나 그간 모은 돈을 전달한 26일, 이씨는 말 없이 웃고만 있었다. 듣는 것은 가능하지만 말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학 노트 2장에 빼곡히 써내려간 편지를 내보였다.
'30여년 전 가정을 가지기 시작할 때 장애와 가난으로 남의 동정 받는 것이 싫어서 억척같이 살았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너같이 살다가 장사 치른다, 굶어죽겠다'고 말했습니다. 10만원을 받으면 8만원을 저축하고 나머지로 생활하며 살았습니다. 언젠가 동생이 와서 '왜 화장실에 휴지가 없고 신문지 조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연금으로 해결되고,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주자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행여 더러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실까 겁납니다. 그러나 굶어죽는 사람에게 깨끗한 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냈습니다.'
이씨 부부는 가톨릭신문을 통해 소개된 아사모(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금) 운동 기사를 보고 기부 결심을 하게 됐다. 아사모 운동을 펼치는 신녕성당 이정우 신부가 기사를 통해 "아프리카에선 1천원이면 한 식구가 일주일을 먹고살 수가 있다"고 전한 소식을 접했던 것. 이씨 부부는 외동아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내가 모은 돈은 돈이 아니다. 내 피와 땀이다. 그것을 쓰기에 나도 두렵다. 너에게 준다 해도 득이 안 될거다. 취직이 어려운 이때에 너에게 일자리가 주어진 것은 하느님의 은혜다. 행여 시설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죽거든 남은 돈도 아프리카로 보내라.'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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