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을 통해 흔히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의외로 많다고 느꼈으리라. 이번 주에는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보다 많은 단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때 황해도 개성에서 온 개성 상인들이 풍기의 경제를 펴락쥐락했다는 이야기도 정감록과 무관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많은 신인들은 심사위원이 중간에 자신의 연기나 특기를 끊으면 기분 나빠 한다. 기가 죽거나 심지어 푸르락붉으락 화를 내기도 한다."
"같은 장미과지만 분위기는 영판 다르다. 장미가 세련된 도회적 분위기라면 찔레는 한없이 소박하고 정겨운 흙냄새로 다가온다."
"부자 되는 정답이란 애시당초 없는 것이다. 사람마다 능력과 소질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수밖에…."
"6시간 정도 걸리는 상하이에서 황산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앞서 인용한 문장에 나오는 '펴락쥐락' '푸르락붉으락' '영판' '애시당초' '안절부절하는'은 잘못된 표기이다. 자기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모양은 '쥐락펴락', 몹시 화가 나거나 흥분해서 얼굴빛이 붉게 또는 푸르게 변하는 모양은 '붉으락푸르락'이다. 또 '대단히, 매우, 전혀, 완전히'란 뜻을 지닌 부사는 '아주'이며, '영판'은 어떤 일 또는 운동'공부 등을 잘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명사나 동사 앞에 사용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당초'의 힘줌말은 '애당초'이다.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다'란 동사는 '안절부절못하다'이며, '안절부절'은 '몹시 초조하고 불안한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로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다."라고 쓰인다.
표준어 규정 25항에는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 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붉으락푸르락 애당초 쥐락펴락 아주 안절부절못하다 외에도 '-게끔(-게시리×)' '고치다(낫우다×)' '까다롭다(까닭스럽다, 까탈스럽다×)' '담배꽁초(담배꽁치, 담배꼬투리×)' '다오(다구×)' '떡보(떡충이×)' '부스러기(부스럭지×)' '샛별(새벽별×)' '선머슴(풋머슴×)' '속말(속소리×)' '손목시계(팔목시계, 팔뚝시계×)' '-에는(엘랑×)' '주책없다(주책이다×)' 등에서 괄호 안에 있는 단어는 틀린 표기로 단수 표준어만 인정한다.
일에 쫓겨서 혹은 편리함을 좇다 보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알쏭달쏭한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것만큼 내 것으로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전 찾기를 생활화하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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