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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밝은 미래가 있다

명리학계에서는 국운의 사이클을 60년 주기로 잡는다. 우리나라 기운의 주인을 갑목(甲木)으로 보고 해마다 들어오는 간지로 국운을 푼다. 명리학자 김태규는 88올림픽 시점에서 꽃을 피운 우리나라의 국운이 현재는 겨울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머지않아 다시 봄이 온다는 뜻이다. 인생은 60년이지만 나라가 어디 겨울이라고 해서 끝이겠는가. 지난 60년을 성찰하고 와신상담 새로운 60년을 맞이하는 준비기간이라고 말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겨울을 보다 더 잘 이겨내야 하는 법이다. 운동선수들이 동계훈련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그해 성적이 좌우되는 것과 같다. 올스타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면 겨울 훈련을 혹독하게 치르는 수고가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훨씬 밝아질 것이라고 그는 풀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재미지만, 나도 언제부턴가 나라의 운명을 생각할 때 그와는 달리 60년 주기로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예컨대, 2008년 무자년에는 촛불정국으로 뜨거운 여름을 달구었다. 60년 전 1948년 무자년에는 어땠는가. 4·3항쟁, 여순사건, 단독정부 수립, 극심한 좌우대립으로 극도의 혼란을 겪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러진 올해의 60년 전 1949년 무자년에는 김구 선생의 국민장이 있었다.

나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북한이 본선에 진출하기를 고대했다. 박지성 팬으로서 그의 골에 감동했지만 자칫하면 탈락할 수도 있었던 북한에 자력진출의 실마리를 제공한 그가 너무 대견했다. 북한대표팀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박지성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챙겼다. 박지성은 뭘 그만한 일로 그러냐며 손사래를 치면서 한민족끼리 동반 진출한 것에 의미를 두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경인년의 60년 전에는 한국전쟁이 있었다. 아니래도 남북 간의 긴장 모드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걱정이었다. 순진한 생각이지만, 남북이 세계가 보는 앞에서 축구로 전쟁을 하면 긴장관계의 액땜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열렸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북한대표팀이 맞붙은 최종전 결과를 다음날 보고 쾌재를 불렀다. 남북이 결승전, 아니 16강도 좋다. 세계가 보란 듯이 한 판 축구전쟁, 아니 멋들어진 축제를 벌이는 꿈,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요즘 인터넷을 보기가 겁이 난다. 좌우 대립이 극심한 것 같은 인상이다. 대립은 맞선다는 것이다. 좌우는 맞서는 것이 아니라 접점을 찾는 데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진보나 보수도 독보가 아니라 앞서가는 사람과 뒤서가는 사람이 서로 보폭을 맞추어서 가자는 소통의 뜻이 있어야 앞으로 갈 수 있지 않는가. 서로 잘해보자고 싸우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남북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국운을 기대한다면 우선 서로 귀를 열어야 한다. 그 다음 말을 하자. 답답한 세월이다.

안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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