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학교에서는 매년 봄·가을로 전국 순회 학교 설명회를 연다. 10년 가까이 학교 설명회를 맡아서 진행해 온 선생님은 "귀댁의 아이는 영재이십니까?"라고 묻는다. 엄마들은 "혹시 내 아이가 영재 아닐까?" 하면서도 선뜻 대답을 아끼는 것 같다. 그러면 우스개로 "우리 학교에 영재가 합격했습니다. 영재라는 이름의 아이 말입니다"라며 마무리하곤 한다.
부모가 되면 간혹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좋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우리 막내도 그런 적이 있다.
몸이 아파 진료 받으러 병원에 와서도 해야 할 것들 때문에 초조해하던 아이들을 많이 보아온 나로서는 어릴 때 이것저것 많이 시키는 것보다는 그냥 자기만의 여유 있는 어린 시절을 즐기게 놔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막내는 자주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텃밭을 만들어 가꾸게도 했다. 텃밭 가의 뽕나무에 있는 산누에를 보더니 자기도 기르고 싶다고 해서 누에 애벌레를 길러보게 했다. 그 누에가 한 달 남짓 지나 하얀 누에고치를 만들었을 때 신기해하던 아이의 표정을 보고 '역시!'라고 자만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거의 방목의 수준으로 지내던 어느 날부터 신문의 한자를 짚으며 무엇인지 물어보고 가르쳐주고 나면 그 다음엔 그 글자를 기억해 내곤 해서 '혹시 한자 영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이 시험을 보더라며 자기 사진 들어 있는 수험표를 받고 싶다고 해서 시험을 치게 했다. 그랬더니 만점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인터넷에 뜬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합격증을 자랑스러워하기에 그 다음 단계 급수를 계속 쳤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친다는 급수에서도 왠지 내 아이는 해낼 것 같은 착각에 시험을 치게 했다. 그랬더니 시험 중반, 친구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며 손을 들기에 자기도 오줌 마려운 것 같아 같이 갔다고 한다. 모두 볼일을 다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돌아오니 감독관이 답지를 내라고 해서 그냥 냈다는 것이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아이는 오늘 착한 일(?) 했는데 엄마가 왜 자기를 칭찬하지 않을까? 내심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우리 한자 영재, 시험 보다가 오줌 누러 가버렸다'고 하자 남편이 듣고는 '착각은 이북에서도 자유'라고 한다며 웃었다. 천재소년 유근이의 아빠는 '모든 아이는 영재로 태어난다'라는 책에서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 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어렸을 때 아이에게 큰 꿈을 꾸게 도와주고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이란 것을 인식하도록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한 뒤 그 중에서 가장 아이가 행복해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 같다. 행복해야 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 아이 마음과 생각에 꿈이란 고운 씨를 뿌려주고, 가꿔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잘 도와주어야겠다.
정명희(민족사관고 2년 송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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