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지나쳐 열정이 됐습니다."
7월 11일 오후 6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각 지방의 춤꾼들과 '천상의 몸짓, 우리의 흥' 공연을 하는 황보영(55) 한울북춤연구회장. 황보 회장은 공연 팸플릿을 보여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구에서 30여년간 인쇄업체를 운영하면서 인쇄업소 사장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 하지만 지인들 사이에선 춤과 소리에 미친 국악인으로 더 유명하다.
황보 회장이 처음 장구와 소리를 배운 것은 1980년 무렵. 취미로 그칠 것 같았던 풍물과의 인연은 30년 가까이 이어졌고, 어느새 독창적인 북춤으로 일가를 이루게 됐다. 2005년에는 전통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한울북춤연구회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9월 대전 한밭국악대회(13회)에서 황보 회장에게 대통령상을 안겨준 '달구벌 북춤'은 그의 춤 인생을 오롯이 담은 작품이다.
"춤, 소리를 잘하는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방방곡곡을 마다 않고 다녔습니다. 대구의 '비산 날뫼북춤'이나 '가루뱅이 농악단'에서도 많은 걸 배웠어요. 96년쯤 부산의 한 선생님으로부터 입춤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3년쯤 되던 해부터 북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큰 키. 점잖고 평범한 인상의 황보 사장은 북만 잡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춤이 그렇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북춤의 매력을 남성미 넘치는 힘이라고 요약했다. "예로부터 북은 승리를 알리는 소리였어요. 자연히 동작이 크고, 힘이 넘치지요. 무대 위에서 북을 두드리고 춤을 추면서 느끼는 신명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달구벌 북춤'은 그가 직접 고안하고, 구성을 짠 황보영식 춤이다. 그는 "땅 위를 사뿐사뿐 내딛는 동작은 새보다 가볍고, 허공을 향해 힘껏 뛰어오르는 동작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춤을 평했다. 그는 하늘의 열림과 화합, 기반, 도약의 순으로 진행되는 달구벌 북춤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대구의 대표 춤으로 키워 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이런 그의 소망을 담은 무대다. 직접 전국의 춤꾼들을 섭외했고, 기획·총감독을 맡았다. 풍물굿패 매구의 '타락(打樂)' 공연에 이어, 상쇠의 꽹과리와 부포상모가 휘날리는 최정환(가루뱅이 농악단 상쇠)의 '부포놀음', 배난경(대한명인)의 '설장고춤', 박옥주(예사랑 예술단장)의 '징춤', 이경화(11회 한밭국악대회 명무대상 수상자)의 '소고춤', 가루뱅이 농악단의 '상모놀음', 배경숙(영남민요연구회장)의 '물레소리'가 흥을 돋운다. 황보 회장의 달구벌 북춤은 이번 공연의 대미를 맡았다.
황보 회장은 "대구의 국악 단체나 사물놀이패의 역량은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라며 "이 귀중한 자산을 대구의 문화 브랜드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