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교양의 재생

지난 2003년 일본 도쿄경제대학은 '교양의 재생을 위해'라는 타이틀로 연속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 강연은 '우리 시대의 교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묻고 그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강연에 나선 석학들은 교양의 회복과 재생만이 폭력과 증오로 가득한 세계에서 자신과 세계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하는 자유인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교양은 나를 더 면밀히 알고 더 깊이 사고하고 싶다는 욕구와 배움을 통해 자신을 자유로운 존재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교양인이 될 수 없으며 상상력과 감수성이 결여된 교양은 절름발이라고 지적했다. 타인의 자리에 나를 놓아 보는 상상력, 타인의 처지를 나의 처지로 느끼고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없다면 교양은 쓸모없는 것이라는 말이다.

어저께 '자기에게 욕설과 비방, 성적 모욕을 한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는 작가 이외수 씨에 관한 보도가 났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네티즌과 광우병 등 정치사회적 사안을 논쟁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꽤나 이름 있는 작가가 네티즌들과 논쟁하면서 왜 욕설이 난무하고 고소라는 말까지 나올까 궁금하지만 요즘 인터넷의 분위기와 흐름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의 인터넷 게시판은 난장판이 된 지 오래다. 물론 토론 상대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나가는 화자들도 있지만 대개 욕설과 상대에 대한 비난이 태반이다. 더 이상 토론과 논쟁이 이어질 수 없는 분위기인 것이다. 교양의 정의와 의미를 알고 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수준 이하의 논쟁이 요즘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쟁을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 상대의 결점을 찾아 비난함으로써 우위를 점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상대편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도 자기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쳐나가는 데 익숙하지 않아 범하는 대표적 실수다. 데일 카네기는 "남을 비난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어떤 바보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보일수록 그런 것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악플과 막말이 횡행하는 요즘 인터넷 세태를 보면서 교양의 재생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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